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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上탈출' 새 탈북통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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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上탈출' 새 탈북통로 되나

입력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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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을 이용한 탈북 사건을 계기로 북한주민의 대규모 해상탈출, 즉 ‘보트피플 엑소더스’(Exodusㆍ대탈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보트피플의 서막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하지만 주중 한국ㆍ외국 대사관 진입을 통한 탈출에 이어 나타난 이번 해상 탈출은 탈북 통로가 다양해지는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보트피플은 시작됐나

사전적 의미의 보트 피플은 자국에서 탈출했으나, 어느 나라도 받아주지를 않아 해상을 떠도는 난민을 지칭한다. 통상적으로는 난민들이 기아, 치안이나 공권력 붕괴 등으로 대규모로 탈출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따라서 이번 탈북 사건이 ‘보트 피플의 서막인가’라는 물음은 대규모 해상탈북이 시작됐는가 라는 의미가 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보트 피플의 서막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해상을 통한 탈북이 1987년 이후 간헐적으로 이어져왔고, 탈북 동기도 북한 내 긴급 사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치밀한 준비를 한 개인적 ‘결단’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탈북자이기도 한 이항구(李恒九) 통일연구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주민통제, 해안선 통제가 이완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면서 “하지만 뱃길을 아는 탈북자들이 치밀한 준비를 거쳐 탈북을 했다는 점에 유의한다면, 보트 피플로 규정하기보다는 탈북의 한 유형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씨가 올 5월 “공해상에 난민선을 띄워 탈북자 1,500명을 망명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이번 사건을 연관지어 분석하고 있다.

머지않아 대규모 탈북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 분석은 북한 내 주민중 상당수가 탈북을 꿈꾸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다양해진 탈북 경로

지난해 6월 장길수 가족 6명이 중국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실 진입하면서 주중 한국ㆍ외국 공관은 한국행 통로가 됐듯, 이번 사건이 해상 탈출의 원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전형적인 탈북 및 국내입국 경로는 육로를 통해 탈북한 후 중국을 통해 국내 입국하는 것이었다. 중국 내에서 국내외 비정부기구의 협조 등을 받아 베트남, 몽골 등지로 탈출한 뒤 국내로 입국하는 것도 보편적인 방식이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2,5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이 같은 경로를 택했었다.

하지만 순용범씨 일가의 해상 탈북은 해안 통제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을 틈타 북한 어민과 해안업무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배를 이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순씨 일가가 공해를 크게 우회하지 않고 사실상 직선에 가까운 항로를 택해 이틀 만에 남한 땅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탈북의 대담성, 절박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으로 보인다.

▼미흡한 탈북자 대책

대책 정부는 주요 탈북 사건이 터질 때마다 탈북자 종합대책을 언급했지만, 현실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의 탈북자 정착 시설인 ‘하나원’의 경우 적정 수용규모가 100명이지만 탈북자 급증으로 항상 200명정도가 수용되어 있다.

교육기간도 12주에서 8주로 짧아졌다. 충분한 직업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탈북자들의 취업률은 항상 50%를 밑돌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역대 탈북일지

1987년 2월 =김만철씨 일가 11명 해상 탈북

1991년 5월 =고영환 주 콩고 대사관 1등 서기관 제3국서 귀순

1994년 3월 =여만철씨 일가 4명 해상 탈북

1994년 10월 =국군포로 조창호씨 중국 경유 입국

1997년 7월 =강명도(강성산 북한 전총리 사위), 조명철(김일성대 교수)씨 중국 경유 귀순

1995년 10월 =최주활 북한군 상좌 동남아 경유 귀순

1995년 12월 =최세웅 유럽주재 북한상사 대표 일가 4명 귀순

1996년 1월 =현성일 주 잠비아 대사관 직원 부부 귀순

1996년 5월 =리철수 북한군 대위 미그 19기 몰고 귀순

1996년 12월 =김경호씨 가족 16명 중국 홍콩 경유 입국

1997년 1월 =김영진, 유송일씨 일가족 8명 서해 공로로 입국

1997년 4월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 주중 한국대사관 통해 귀순

1997년 5월 =안선국 김원형씨 일가족 14명 서해 공로로 입국

1998년 2월 =김동수 주이탈리아 유엔식량농업기구대표부 서기관 귀순

1999년 4월 =국군포로 손재술씨 가족 등 5명 입국

2001년 6월 =장길수 군 일가족 7명 베이징 UNHCR 사무소 진입 후 입국

2002년 3월 =주중 스페인 대사관 진입 탈북자 25명 입국

2002년 6월 =주중 한국 총영사관 및 대사관 진입 탈북자 24명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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