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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본다](20·끝)시리즈를 마치며...전문가 좌담/언론은 미국을 어떻게 보도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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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본다](20·끝)시리즈를 마치며...전문가 좌담/언론은 미국을 어떻게 보도해야하나

입력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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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3월 19일부터 시작한 기획 시리즈 ‘미국을 다시 본다’ 를 통해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해부하는 기회를 가졌다.▦제1부 팍스 아메리카나 ▦제2부 미국 민주주의의 힘과 한계 ▦제3부 갈등과 공존, 기회의 땅 ▦제4부 문화적 제국주의인가 등 4가지 큰 주제를 두고 각 분야 미국 전문가들의 기고와 관련기사를 게재한 이 기획은 특히 9ㆍ11 테러 후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미국의 실체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국일보는 19회의 시리즈를 마치면서 우리 언론은 미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도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생각해 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은 16일 한국일보 13층 송현클럽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최영(崔暎) 이화여대 영문학과 교수(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미국 정치연구회 회장)

강명구(姜明求)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회=김승일 국제부 차장 ksi8101@hk.co.kr

언론이 우리 국민의 대미 인식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에 대한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에 문제점은 없을까요.

▦김성한 교수=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이 우리 언론의 주요한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국제 관계의 상호성을 심층 분석하기보다는 언제 미국이 보복에 나설까 하는 등 흥미 위주의 보도에 치우친 측면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센세이셔널한 측면을 부각하는 이중적 양상을 띠게 된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이전 남북 관계에 대한 보도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현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회담 이후 ‘우리(남북한)끼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미국이 남북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이 생겨났습니다. 미국을 백안시하려는 이러한 보도태도는 남북관계의 능동적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딜레마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영 교수=미국에 대한 언론 보도 문제의 핵심은 문제제기 단계부터 우리에게 이니셔티브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 언론 보도 내용을 우리의 시각으로 거르기보다는 마치 수입상처럼 마구잡이로 들여와서 소개하는 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자료 수집과 문제 제기가 수동적, 2차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데다 시간을 다투는 언론의 메커니즘상 대미 보도는 표피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을 다시 본다‘시리즈는 미국에 대한 관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강명구 교수=미국 언론에 대한 우리 언론의 의존성 문제도 심각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권위지인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에 의존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도 신뢰성이 매우 떨어지는 언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한심할 정도입니다.

물론 미국의 다양한 언론 매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실제로 어려운 일입니다.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하자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취재원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프랑스 등 비 영어권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를 대안으로 활용, 시각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거대 언론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미국적 가치를 심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적 시각이 지배하는 국제 뉴스의 흐름에서 우리 시각을 잡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김성한=미국이 지닌 막강한 소프트파워의 대안을 찾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인도 등 제3국의 언론이 미국에 대해 보도하는 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적이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분석 기사를 씁니다. 이들을 따라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골고루 접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최영=수십년 동안 미국의 원조와 지원을 받으면서 미국 추종 경향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재화했습니다. 이제는 자기 점검을 통해 나와 미국을 분리하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친미냐 반미냐를 논하기에 앞서 내 안에 있는 미국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을 마다하거나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제 독자나 젊은이들에게 아프리카 아시아 등 새로운 세계를 접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강명구=미국이 지난 50년 동안 우리에게 타자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미국이라는 큰 우산 안에 살면서 미국에 경도되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안에 미국이 같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미국이 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식하거나 다루기 힘든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혈맹, 동반 관계를 강조하는 데서부터 최근의 반미 분위기까지 다양한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명구=때로 우리 언론은 필요성이 없는데도 충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미냐, 친미냐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도 자주 노출됩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거대 파워로서의 미국을 무시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내면화한 미국의 실체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언론이 균형 감각을 견지해야 합니다.

▦최영=미국에 대한 논의는 항상 거대 담론에 치우쳐 왔습니다. 중산층의 가치관, 가정 교육, 문화적 다양성 등 미국의 일상과 삶에 대한 고찰을 거의 도외시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문화적 복합체로서의 미국의 심층을 살펴봐야 한미 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성한=냉전 이후 미국에 대한 언론 보도 양태가 다양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 안보동맹이라는 냉전 전의 시각,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가 멀어질 수도 있다는 현실론, 타자로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 반미론 등 여러 시각이 뒤섞여 있습니다.

국제정치적으로 당면한 현실들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멀어지는 것은 피해야 하는 과도기적 상태라고 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관계의 틀을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보고 접근해야 할까요.

▦강명구=해방 후부터 우리는 미국 군사 전략의 시혜적 패권주의 하에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일순간에 거부하거나 미국과 단절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제는 한미 관계를 대하는 사고의 축을 확장할 때입니다. 아시아의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미국의 패권을 재조명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김성한=미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아시아의 강국들 사이에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 낭만적 민족주의로 미국을 무조건 배척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론은 이러한 성급함의 속도를 조절하고 미국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어야 합니다.

반미 감정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반미 감정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지만 반미 정서의 확산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여전합니다.

▦최영=주둔군으로서의 미군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 그들이 한국 땅에서 겪는 현실이 무엇인가를 소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구도를 벗어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노근리 사건 등 이슈가 생길 때마다 일시적 문제제기에 그칠 뿐 지속적, 근본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없습니다. 언론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학생이나 시민 단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김성한=국민들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한미군 범죄 관련 보도는 ‘상품성’이 높습니다. 언론은 최근 이러한 현상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데 관심이 높고 반미주의에 대해서 신중하고도 체계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최근 의정부 여중생 사망 사건을 다루는 데서도 개정한 지 2년이 안 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재개정 해야 한다는 주장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극단적인 두 현상이 공존했습니다. 문제는 두 부류 모두 대안 제시를 하지 못하고 서로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한미 간에 불신만 낳을 뿐입니다.

▦강명구=주한 미군에 대해 군사적 정치적 시각을 벗어나 문화적 관점에서의 접근도 요구됩니다. 단순한 반미, 친미 구도를 넘어서서 사람 이야기를 통한 문화적 화제를 이슈화해야 합니다. 지난 50여년 동안 한국사회에서의 미국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되짚어 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 언론 내부의 보수ㆍ진보적 성향이 미국 또는 한미 관계를 조명하는 데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강명구=우리 언론은 사실상 보수 진보가 아니라 정치적 입지에 의해 나뉘어져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객관적인 보도가 불가능한 것은 당연합니다. 한미 관계에 있어서도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사안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사회현상을 정치 게임의 잣대로 판단함으로써 언론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언론 스스로 자정해야 할 때입니다.

▦김성한=대미 보도의 기본 방향이 국내 정치의 역학 구도에 의해 이미 결정돼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단순화하자면 언론사 간 이해 관계의 대립에 따라 미국을 지지하거나 배척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치에 따라 대미관계나 대북관계에 대한 보도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언론 내부 또는 언론과 학계ㆍ정관계ㆍ시민 단체 간의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최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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