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공무원들이 월 1회 주5일 근무제를 시범 실시한데 이어 주5일 근무제가 은행권을 시작으로 증권, 투자신탁 등 제 2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또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2년여 동안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정부는 단독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사간에 합의도 없고 법도 개정되지 않았는데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들이 민간 부문에 앞서 주5일 근무를 시행하는 것은 선진국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사례다. 더욱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본분인 은행이 단체협상을 통해 토요일에 문을 닫는 것은 고객을 무시하는 일종의 불공정 담합행위라고 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임은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도 언젠가는 주5일 근무제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좀더 세심하게 고려하면 주5일 근무제를 결코 서두르거나 강제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크게 떨어질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3.5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인 44시간을 크게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은 엄청난 노동 비용의 증가와 인력난의 심화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생산감소, 나아가 중소기업의 연쇄도산 사태를 야기시킬 게 분명하다.
법정근로시간의 단축으로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 들어도 생산성 향상으로 근로시간 단축분을 보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고 있으나 이 같은 발상은 중소기업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이는 중소기업 현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또한 현행 휴가제도를 그대로 두고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연간 총 휴일수가 일본보다 많게 되니 무엇보다도 불합리한 휴일 및 휴가제도를 국제기준과 현실 여건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주5일 근무제의 시행시기 역시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어 생산 현장에 미칠 충격을 줄여야 하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한 시행 시기를 늦추는 등 특단의 배려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앞서 중소기업이 적어도 현 생산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설비투자 지원 및 비용부담 완화 대책 수립, 그리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지금부터라도 시행해야 한다.
충분한 대비책 없이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산업현장에 미치는 근로 분위기 이완현상과 생산성 저하로 인한 우리 산업계의 총체적 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
주5일 근무제는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관련 당사자간 충분한 대화와 합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며 법개정을 통한 주5일제 도입 역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인식이다.
홍순영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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