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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제 戰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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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제 戰犯

입력
200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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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쓰여 이제는 하나의 ‘용어’처럼 굳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또 잃어버릴 10년’이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21세기 초반 10년도 지난 10년과 별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이다.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려도 소비는 늘지 않고 디플레이션은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경기 회복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일본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날로 차갑기만 하다.

■최근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신초(週刊新潮)는 ‘일본 경제를 망친 A급 전범 7인’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10년 불황의 경제전범에 대한 처벌 없이는 일본의 재생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제 패전에 대한 5가지 죄목을 나열하고, 죄목별로 전범을 꼽았다.

이중 A급 전범은 모두 7명이다. 5가지 죄목은 거품 경제를 심화시킨 죄, 거품 수습에 실패한 죄, 금융 불안을 야기한 죄, 구조개혁을 지연시킨 죄, 진정한 경기대책 마련에 태만한 죄 등이다.

■거품 심화의 A급 전범으로는 마구 돈을 풀었던 스미타 사토시 당시 일본은행 총재가, 거품 수습 실패의 주범으로는 무리한 주가 떠받치기를 주도했던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가 각각 지목됐다. 금융 불안 야기에는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와 아오지마 유키오 전 도쿄도 지사, 사이토 지로 전 대장성 사무차관, 이마이 전 게이단렌(經團連) 회장 등이 꼽혔다.

구조개혁 지연에는 고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가, 경기 대책 태만에는 고이즈미 준이치 현 총리가 각각 포함됐다. 10년 불황은 정ㆍ재ㆍ관계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식으로 따져보면 우리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리는 일본과는 달리 경제가 그런대로 호조를 보여 재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6ㆍ25 이후 최대의 국란’이라는 IMF 사태를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고, 아직 그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한때 ‘환란 주범들’을 재판정에 세우기도 했지만, 명확히 정리하지는 못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금까지의 전 과정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것이 어떨까.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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