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리마 카시(고맙습니다), 뜨리마 카시!”연신 왼손을 조금씩 오므렸다 폈다 하는 인도네시아인 카스리(75)씨. 주름이 깊게 패인 그의 얼굴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이 묻어났다.
지난 5년간 중풍으로 마비됐던 왼손이 침을 맞은 뒤 조금씩 움직였기 때문. 병원을 나서던 그는 몇 번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뜨리마 카시”라고 외치며 한국인 의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5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국립 찝또(Cipto)병원. 한의사들의 해외의료봉사단체인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이 이날부터 이틀간 의료 봉사한 이 병원 3층 진료실에는 아침부터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냉방이 잘 되지 않아 35도가 넘는 열대의 후끈한 열기가 가득한 진료실. 한의사들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을 진료했다.
2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차례가 돌아온 와히유(37ㆍ운전기사)씨. 한의사를 바라보며 알아 들을 수 없는 말과 손짓, 얼굴 표정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잔뜩 찌푸리고 있던 그는 침을 맞은 뒤 이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눌한 영어로 “월드컵 꼬레아 넘버 원!”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후원을 받은 이번 봉사활동은 KOMSTA의 35번째 해외의료봉사. 1993년부터 매년 2~5차례 의료환경이 열악한 라오스, 에티오피아 등 후진국의 오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자카르타 의료봉사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의사들의 요청으로 오지가 아닌 도심병원에서 이뤄졌다.
이남구(李南九) 전남 나주 동신대 한의과대학장을 단장으로 한 7명의 한의사들은 5~8일 2개조로 나눠 자카르타 시내 찝또, 파트마와티 등 4개 병원에서 진료활동을 벌였다. 진료한 환자는 무려 2,000여명. 준비해 간 한약 수십박스는 모두 바닥을 드러냈다.
“우리 한방의 탁월한 의료술로 소외된 빈국 사람들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어 더 없이 기쁩니다.” 이남구 단장은 “앞으로는 이들 나라에 한방술을 전수해 질병을 현지인들이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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