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9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재건축을 비롯한 주택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만성적으로 공급부족 상태인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재건축 추진까지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크게 높아지는 반면 일부 진행속도가 빠른 단지를 제외한 재건축 시장 전반이 혼돈에 빠졌다.또한 정부가 재건축 규제에 대한 반대급부로 아파트 리모델링을 적극 지원키로 하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강남 기존 아파트ㆍ분양권 유망
강남권 주택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이 어려워져 기존 아파트나 신규분양 물량이 각광을 받게 됐다. 특히 지은 지 1~2년 정도 밖에 안되는 신축 아파트와 기존 분양권의 강세가 예상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이번 대책으로 상당수 재건축 아파트가 영향을 받겠지만 주택공급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재건축 수요가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이동해 가격 상승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분양시장도 당초 9월부터 서울지역에서 분양권 전매 제한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이제는 연말까지는 호조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연말까지 1,400여가구의 아파트가 신규 분양될 예정이다.
▲재건축 시장 불투명
정부의 대책 발표 후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매도호가가 낮아지면서 급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과 34평형의 경우 매도호가가 각각 최고 5억원, 6억원까지 올랐으나 최근 들어 2,000만원 정도 호가를 낮춘 매물들이 적지 않다. 인근 청실아파트 35평형도 500만~1,000만원 가량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
호가가 하락하며 거래가 잠잠해지는 것은 예상됐던 수순.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져 매수세가 약해지고 이에 따라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매도자측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재건축이 불확실해진 단지가 약세로 떨어지는 대신 이미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반사이익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업계획 승인까지 끝나 이번 정부 대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단지의 경우, 이미 향후 재건축 수익성을 감안한 가격이 반영됐기 때문에 큰 폭의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세중코리아 한광호 실장은 “아직 조합설립을 못한 단지들도 재건축 절차를 강화한 새 법이 시행되는 내년 상반기 전까지 절차를 밟으면 사업진행에 문제가 없어 재건축 추진 단지의 유ㆍ불리를 섣불리 따지기 힘들다”며 “당분간은 재건축 투자 환경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정도만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부상
재건축시장이 위축되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투자 대체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은 사업기간이 짧고 수익성도 높아 재건축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사업비가 신축사업의 50~80%에 그치고 사업 및 공사기간이 1년~1년6개월 정도로 투자비 회수기간이 짧아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에 따른 자산가치 기대감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의 시세도 강세다. 14일 착공식을 가진 서울 마포구 용강동 시범아파트 18평형은 1년 전 8,000만원이었던 시세가 최근 1억2,500만원까지 올라 조합ㆍ시공사측이 오히려 부담스러워 할 정도다.
진성훈기자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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