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을 정도인걸요.”16일 밤 경기 동두천시에 밀집한 100여 미군전용 유흥업소의 외국인 여성 인권 실태 확인에 나선 경찰과 인권단체 회원들은 외국인 여종업원들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해 7월 친구 소개로 입국,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미군전용 술집에 취직했다는 제니퍼(21)씨는 “현재 생활에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한달 월급 780달러를 받아 300달러는 가족에게 송금하고 나머지는 목돈을 만들어 12월 출국할 예정이라는 제니퍼씨는 “윤락을 강요 당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라며 완강히 손사래를 쳤다.
경찰과 인권단체 회원들의 이날 조사는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한국의 동두천 유흥업소에 외국인 여종업원들이 쪽방에 감금된 채 스트립쇼와 윤락을 강요 당한다”는 보도(본보 6일자 31면)에 따른 것.
그러나 경찰의 ‘보여주기식 단속’과 이국 여성들의 ‘억지 춘향식’ 찬사에 조사는 하나마나 한 것이 돼버렸다.
러시아, 필리핀, 몽골 등 외국인 여종업원들은 “‘마마(사장)’는 우리를 잘 이해하고 아프면 병원에 함께 가줄 정도” “외출은 자유” “대만족” 등 짜맞춘듯한 찬사만을 연발했다.
오히려 업주들은 “계약대로 춤과 서빙 밖에는 시키지 않는데 외신이 왜곡 보도해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 경찰의 기습 점검 당시 설치돼 있었다던 업소 창문의 쇠창살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숙소 곳곳에 산재한 방은 밖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지만 열쇠를 가진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청 김강자(金康子) 여성청소년과장은 “경찰이 단속을 나온다니 이렇게 개선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현장에 동행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동두천 등 미군기지 주변 외국인 여성 접대부들의 실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업주들뿐”이라며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으면 외국인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나라라는 국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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