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최대 경영실적을 토대로 과거 같으면 회계처리에 주저했을 ‘미래부담’을 과감히 비용으로 털어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우리나라 기업의 전형적인 병폐였던 ‘이익 부풀리기’와 는 정반대의 모습인데, 이익이 많을 때 재무구조도 개선하고 세금도 줄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보려는 것이다.18일 재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매출 12조3,192억원, 순이익 8,934억원)을 낸 현대자동차는 미국내 판매 차량의 보증수리 충당금, 유럽연합(EU)지역에서 시행될 폐차처리 충당금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판매차량의 ‘10년, 10만마일’ 보증수리 판매보증에 따른 충당금을 포함해 판매보증 충당금으로 모두 5,890억원을, EU지역내 폐차처리 충당금으로 2,244억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역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기아자동차도 이번에 EU의 폐차처리 부담에 필요한 충당금으로 150억원을 계상했다.
3조8,0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는 기업 회계기준에 따라 해외투자손실준비금으로 1,649억원, 수출손실준비금으로 1,677억원 등을 쌓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4ㆍ4분기에도 미래에 발생 가능한 비용을 미리 떼어놓는 판매보증충당금 명목으로 1,300억원을 비용 처리했다.
상반기 3,800억원의 순익을 올린 LG전자도 판매보증충당금으로 402억원을 준비한 상태다.
최근 SK텔레콤 주식 623만주를 매각해 1조7,611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SK㈜는 이중 1조2,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해 부채비율을 6월말 현재 152%에서 126%로 낮추기로 했다. SK㈜는 차입금 감축효과로 내년 이후에는 연간 5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 절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받은 현대건설도 이번 회계에서 보유중인 대한주택보증의 주식 감액손실 303억원과 지분법 평가손 212억원을 전액 손실로 처리하는 등 잠재적 부실요인을 대폭 제거했다.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891억원이지만 미래의 잠재적 부실을 비용에 미리 반영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순이익은 1,400여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내 제2 전기로의 장부가 가운데 1,000억원을 상반기 결산에 손실로 처리했으며 INI스틸도 올 상반기 결산에서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충당금 또는 차입금 상환을 미루면 외부에 드러나는 실적은 좋게 보이겠지만 어차피 미래부담으로 돌아올 부분을 미리 반영함으로써 회계투명성과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정기자hj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