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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美엔 악의 축, 러엔 우호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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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美엔 악의 축, 러엔 우호의 축

입력
200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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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이라크와 대규모 경제협력 관계를 추진 중인 사실이 17일 알려지면서 5월에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던 러시아-미국 간에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이 최근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북한, 이란과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어 미국이 추진하는 대테러전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러-이라크 경제협력

압바스 칼라프 모스크바 주재 이라크 대사는 17일 "러시아와 이라크가 향후 10년 간에 걸친 600억 달러 규모의 경협 협정을 1~2주 내에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칼라프 대사는 "67개항에 걸친 협력에는 석유, 천연가스 생산과 수송, 통신 분야가 포함된다"며 "이번 협정이 유엔의 대이라크 경제제재 조치를 위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러시아 기업이 이라크의 대외 석유거래에서 최우선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러시아는 이번 양국간 협정으로 미국 등 서방의 대테러전이 자국의 이익을 해칠 경우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악의 축'과 잇단 교류

러시아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함께 1월에 '악의 축'으로 분류했던 이란, 북한과도 최근 적극적인 교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이란에 건설 중인 부셰르 원전은 미국의 지속적인 우려 표명에도 공사를 강행, 최근 8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이란이 원전을 통해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달 에너지장관을 특사로 파견, 공사중단을 요구했으나 러시아는 오히려 이란과 60억~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원전 건설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핵사찰 압력을 받고 있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의 경제협력 증진 방안과 북한의 대미ㆍ일 관계를 조율할 예정이다.

▲독자행보 배경은 경제

워싱턴 포스트는 17일 이같은 러시아의 잇따른 독자 행보를 자세히 전하면서 "그 배경에는 경제적 이해가 깔려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최소한 푸틴 개인의 지지만이라도 바라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라크의 석유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하면서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의 중앙 아시아 진출, 쿠바와 필리핀 군사기지 철수, 북대서양 조약기구 동진 등을 용인한 데 반해, 미국은 상징적인 '시장경제 인정'밖에 준 게 없다"며 러시아의 독자 행보 배경을 지적했다.

BBC는 "한때 '친구'라고까지 부르며 친밀함을 과시했던 푸틴과 부시 대통령이 최근 소원해지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나홀로 행보는 돈과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막대한 수입이 가능한 대규모 원전 건설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동시에 여전히 강대국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군부 등 강경파의 대미 견제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BBC는 "양국의 이해가 엇갈려 미국이 결국 푸틴에게 '동지냐 적이냐'를 결정하라고 압박할 경우, 푸틴은 미국과의 좋은 관계를 끝내야 할지도 모르며 최근 갈등은 그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식기자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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