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안내원들이 ‘손가락만한 떡을 고추장에 볶는 건 처음 봤다’고 신기해 합니다.” 지난 2일 북녘 땅 금강산 관광지역에 떡볶이 가게 ‘1호점’을 차린 남녘 출신 이창희(51)·장보현(49)씨 부부는 떡볶이와 함께 금강산의 ‘명물’이 됐다. 아직은 부부의 떡볶이가 금강산 관광을 온 남쪽 사람들에게 팔리지만 북측 안내원(환경 순찰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떡볶이? 그게 뭡네까?” 라고 묻는 안내원에서부터 “어떻게 만드느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여성 안내원에 이르기까지 떡볶이는 북한인 사이에 화제가 됐다. 아내 장씨는 관심을 갖는 북한 여성들에게 떡볶이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어쩌면 떡볶이가 이미 금강산 인근 북한 가정의 식탁에 올랐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부부의 떡볶이 가게는 개조한 미니 트럭이다.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만물상 코스, 구룡포, 온천각 등을 누비고 다닌다.
이씨 부부가 북한 땅에 온 것은 지난달 말께. 하이닉스 반도체(구 현대전자) 청주공장 직원의 식사를 맡았던 그들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 새 길을 찾아야 했고, 현대측의 소개로 ‘이민 아닌 이민’을 온 것이다.
속초에서 만든 떡과 청양산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떡볶이는 한 그릇에 1달러. 부부는 “앞으로 북한에서 모든 재료를 조달해 가격을 조금 더 낮췄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북한 땅에 더 많은 남쪽 음식을 전파하기를 바란다. “먹는 데 인심 쓰면 분위기가 좋아지잖아요. 맛있는 남쪽 음식을 마음껏 나눠주고 싶습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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