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처음 관측된 소행성 2002NT7. 지름 2㎞ 크기의 이 소행성이 17년 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는 지구인에게 큰 충격이었다.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행성 때문에 당시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멸종됐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을 적용하면 이번은 인간의 차례였던 것이다.
며칠 뒤 정밀한 계산 끝에 이 소행성은 지구와 부딪히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왔지만 소행성의 위협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다음달 소행성 충돌 방지 문제를 다루는 국제 과학자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인 멸망을 막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소행성의 위협
가장 최근 지구에 부딪힌 소행성은 1917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의 운석이다. 지름 50㎙ 크기의 이 소행성은 당시 2,000㎢의 삼림을 불태웠다. 이보다 큰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구상 생물의 생존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원래 소행성은 태양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수백만 개의 작은 별 덩어리. 천문학자들은 이 중 지구 궤도 4,488만㎞(0.3 천문단위) 이내로 접근하는 것을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근접 천체라는 뜻에서 NEO(Near Earth Objects)라고 부르며 경계 대상으로 삼아왔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관측되는 소행성은 1년에 수백 개 내외였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주로 관심을 갖던 소행성 관측에 미국 등 천문 선진국들도 뛰어들면서 소행성 관측은 대규모 작업으로 변화했다.
대구경 망원경과 자동관측 소프트웨어를 이용, 한 달에 수천 개 가까운 소행성을 관측하고 우리가 모르고 있던 소행성의 궤도를 알기 시작하면서 지구와의 충돌 확률에 대한 계산과 발표도 늘어났다.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연구실 문홍규 선임연구원은 “NEO 충돌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터져 나오는 것은 존재 자체와 궤도를 모르던 소행성이 우리의 관측권에 들어오면서 알게 된 새로운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과학자의 아이디어
영화 ‘아마겟돈’은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혀 지구가 멸망할 뻔한 상황을 해결하는 우주비행사와 석유시추 기술자의 활약을 그렸다. 최근 소행성 2002NT7 소동 등으로 과학자들도 영화 속의 상상만이 아닌 현실 문제로 소행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행성 충돌을 피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종류도 다양하다. 스페인 데이모스-스페이스사가 내놓은 ‘돈 키호테’ 임무. 이 계획에 따르면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향해 ‘히달고’ ‘산초’라는 이름을 붙인 두 대의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것이다.
히달고는 초속 10㎞ 정도의 속도로 소행성에 부딪혀 궤도 변화를 유도하고, 산초는 이 소행성 주위를 돌면서 충돌 후에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데이모스 스페이스의 호세 안토니오 곤살레스는 “수 ㎜만 궤도가 변화해도 소행성이 지구에 다가올 때는 궤도에서 많이 빗나가게 될 것이다. 정확한 위치에서 정확한 속도로 부딪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3년까지 준비를 마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러시아의 한 과학자는 소행성 중 약 10% 정도는 자신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 지구에서 조종하는 우주선을 소행성의 위성궤도로 보내면 움직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2000년 2월 NASA가 우주선을 소행성 ‘에로스’에 착륙시킨 바 있어 황당한 계획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NASA 회의에서는 로켓에 원자력 엔진을 실어 소행성으로 보낸 뒤 이 엔진을 고정시키고, 점화하면 소행성이 본래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방법이 제시됐다.
또 소행성에 태양우산을 씌워 태양 입자로 돛단배가 바람에 밀려가듯 소행성을 궤도에서 밀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과학자들은 갖가지 아이디어의 현실화가 향후의 과제라는 입장이다.
정상원기자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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