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휴대폰으로 이성을 소개해주는 ‘만남 사이트’가 흉악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미야기(宮城)현 시오가마시 경찰은 18일 전직 회사원 스가와라 코오지(菅原幸司ㆍ30)씨를 사체유기 등 혐의로 체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스가와라씨는 지난달 휴대폰 만남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여고 1년생(16)을 살해, 시신에 콘크리트 덩어리 2개를 묶어 시오가마항 앞바다에 버린 혐의다. 스가와라씨는 여고생을 살해한 뒤에도 이 학생의 휴대폰을 사용해 이 학생의 친구들에게 “잘 지내고 있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봄에도 교토(京都)시의 19세와 29세 여성 2명이 휴대폰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자에게 연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이바라키(茨城)현에서도 18세 미성년자가 휴대폰 만남 사이트를 통해 사귀던 28세의 주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04건이던 휴대폰 만남 사이트 관련 범죄 건수는 2001년에 888건으로 크게 늘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휴대폰을 이용한 미성년자 매춘알선이 379건으로 가장 많았고 살인 6건, 강도 10건, 강간 44건 등 흉악범죄가 늘고 있다. 피해자 757명 중 80%인 598명이 미성년 여자였다.
한때 일본의 사회문제가 됐던 청소년 원조교제도 요즘은 휴대폰을 통한 ‘접선’ 방식으로 이루어져 거의 단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휴대폰 만남사이트에 여중생이나 여고생을 ‘미끼’로 올려 만나러 나온 남자를 집단폭행한 뒤 금품을 강탈하는 청소년들의 ‘어른 사냥’도 빈발하고 있다.
‘어른 사냥’을 당한 남자들은 명예손상을 우려해 피해신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17일 방송을 시작한 NHK의 청소년 특집 드라마 ‘소년들’도 이 ‘어른 사냥’을 소재로 다루어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있다.
됴쿄=신윤석특파원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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