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우리나라는 철도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기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호남고속철도 역시 계획안 확정 단계에 들어가 앞으로 물류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이 기대된다.철도는 도로에 비해 대량 운송과 안정적 운송시간이 장점인 반면 목적지 접근성과 연계성이 단점이다. 특히 고속철도는 중간 정차가 극히 제한되고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므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호남고속철도 계획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출발지 문제이다. 기존의 서울, 광명과 별도로 강남(양재 또는 수서)을 출발역으로 신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국일보가 최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강남 출발역은 강남 지역에서는 이용에 유리할 것이나, 분산된 출발지는 수도권 전체의 접근성과 이용자들의 혼란, 그리고 경제성을 고려할 때 비효율적이다.
이 역을 호남고속철도와 경부고속철도가 함께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출발역을 또 하나 건설하고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수 조원에 이르러 기회 비용면에서 투자의 중복이나 다름없다. 그 돈을 경춘선의 연장 등에 쓰는 게 국가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또 건설기간 중 강남지역에서 야기될 교통혼잡에 따른 간접비용도 엄청나다. 그래서 출발지를 달리한다면 동북 방향의 청량리역 정도가 적당하다.
도시계획이나 인프라 건설에 대한 의사 결정은 통상 종합적인 효율성과 경제성 등을 감안해 이뤄진다. 그런 면에서 강남지역의 출발역 건설이 과연 타당할까? 강남주민을 위해서라면 ‘도심공항’과 유사한 ‘도심고속철도’와 같은 시설을 건설, 위탁 운영하는 것이 철도청의 수익성 관점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둘째, 분지점 문제이다. 초점은 천안, 오송, 대전 등 세 곳 중 어디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이다. 최근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천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천안 안은 비용이 12조4,340억원으로 대전 안보다 2조원이 적게 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도식적인 계산과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신설 철도의 길이가 길수록 건설 비용이 더 드는 것은 당연하며 기회 비용과 국가물류 관점의 효율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수의 ‘접근성’과 ‘환승성’이 최대 관건이 되는데, 천안의 장점은 공주에 정차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단점으로는 대전~호남 또는 영호남의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전의 경우 호남에서 대전, 영남지역으로 연결이 가능하며 천안, 오송 행도 가능하다. 가장 훌륭한 방안은 경부 및 호남 국철과 경부고속철도, 호남고속철도 등 4개 노선이 모이는 한 지점, 예컨대 조차장역(북대전역)에 건설되어야 했다.
셋째, 광주 정차역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 광주역보다 송정리역(가칭 서광주역)이 더 타당하다. 이 곳에서만이 호남선과 경전선으로 갈아탈 수 있고 철도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다. 송정리역은 이미 광주시로 편입돼 광주의 균형 발전에도 유리하며 기존 광주선 및 폐선을 도시전철로 활용하면 도심 교통도 해결되고 경제성도 노릴 수 있게 된다.
넷째, 전북의 정차역 문제다. 대부분의 정차역은 통과지역의 도청 소재지 또는 그 인근에 있다. 마찬가지로 도청 소재지인 전주 대신 익산에 고속열차가 정차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익산이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되는 교통의 요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전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사실 전주는 지금까지 다른 도시에 비해 접근이 어렵고 열차의 운행 횟수도 적었다.
전주에 정차역을 건설하면 전라선과의 환승도 가능하다. 익산 주민은 익산 정차를 희망하겠지만 이 문제는 전북, 나아가 전국적인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물론 대안으로 경주와 같이 인입선을 건설할 수도 있겠지만 전주 정차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결론적으로 호남고속철도는 환승과 연계, 접근, 비용 면에서 출발지와 분지, 중간점 등에 대한 개선점을 검토하여 바람직한 방안으로 수정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김 국 서경대 물류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