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정보화시대의 신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생각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나약하며, 이기적이고 애국심이 부족한 세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성세대의 선입견은 월드컵을 계기로 보기 좋게 깨지고 말았다. 이른바 ‘월드컵신세대’의 진면목에 대한 발견이며 자각이다.대학졸업반인 김은영(金恩永ㆍ21ㆍ여ㆍ한국외대 말레이 인도네시아어과)씨는 이 같은 속 깊은 월드컵신세대 젊은이 중의 하나이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면서도 공익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그런 청년이다.
그는 성동구 홍익동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의 한국어수업을 1년이 가깝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곳의 전신인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실’의 교사로 있던 학교 선배를 찾아갔다가 그 선배가 취직으로 인해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 바로 교단을 물려받았다.
매주 일요일마다 2시간씩 한국어 기초 수업을 가르치는 그는 20여명의 인도네시아 제자와 함께 공부하고 있다. 입국한 지 채 한 달도 안된 “네” “아니오”도 모르는 학생에서부터 한국어 회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사람까지 다양한 수준이 섞여있어 수업진행이 쉬운 편은 아니다.
서울시와 성동구가 예산을 지원하는 이 센터가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 강의실외에 시청각실, 컴퓨터실 등을 갖추고 있어 서울은 물론 수도권 지역에서 찾아온 학생이 100여명에 이른다. 한국어 수업은 초ㆍ중급반과 기초반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학생들 대부분은 20대 남성들로 3D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요. 근로환경에서 급료문제 등으로 타국생활이 무척 힘들텐데도 교실에서는 전혀 그런 내색 없이 한글자라도 더 배워가려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는 1년 가까이 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젠 사제지간보다는 친구사이처럼 됐다. 함께 노래방도 가고 공연도 보면서 더욱 가까워 졌다. 그는 “제자들에게 프로포즈를 받은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현지인들에게서 받았던 도움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을 돕는 게 나를 돕는 것이란 생각을 갖고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취직준비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학생들을 위해 교습내용을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신세대의 당당함이 엿보였다.
‘블라자르 등안 라진’.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하라’는 뜻의 인도네시아 말로 그가 수업을 끝내면서 항상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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