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목을 미리 사놓고, 그 종목에 대해 매수추천을 낸 뒤 고가에 팔아치운 파렴치한 애널리스트 두 명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 같은 부패는 소위 정보 생산자들이 우월한 정보 장악력을 무기로, 정보에 어두운 투자자들을 기만해 자기 이속을 챙긴 증시의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이다.외국계 증권사가 내놓는 보고서의 파괴력을 이용해 일부 고급 고객이나 내부 직원에게 사전에 삼성전자 보고서를 유출한 UBS워버그증권 사건이나, 기업과 회계법인이 짜고 투자자들에게 부실한 기업 회계장부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 내놓는 행위 등도 따지고 보면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횡포이다. 증권투자는 정보와의 싸움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투자정보의 공정하고 투명한 처리는 증권시장의 존립기반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워버그에 이어 23개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내부 투자정보 관리실태 등을 점검하는 특별검사에 착수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관행이 되어 있는 증권사의 투자정보 왜곡이나 사전유출 행위에 정부가 이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따지고 보면 워버그 증권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삼성전자의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왜곡되고 뒤늦은 투자정보에 의해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부는 조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팔장만 끼고 있어왔다. 애널리스트들이 주식매매를 못하도록 규정 역시 오래 전에 만들어졌지만 점검 및 단속이 이뤄진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제까지 증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주가지수의 오르내림에 있었지, 결코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있지 않았다”는 증권 관계자의 지적은 한국 증권시장이 불공정 거래로 오염되게 된 책임이 어디에 있는 가를 압축적으로 말해준다.
유병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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