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은 말 그대로 돈먹는 공룡이다. 그러고도 15년에 1개를 상품화할 수 있으면 성공이다. 실패할 확률까지 감안하면 지금 신약개발을 시작해도 50년 후 1개가 성공할 지마저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만큼 잠재력과 가능성, 여백도 무한하다.지난 1일 생명과학 전문회사로 출범한 LG생명과학의 양흥준(57) 초대 사장은 바이어산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남다르다.
지난해 생명과학사업이 LG화학에서 분할돼 LGCI산하로 편입될 당시만 해도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으나 생명과학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던 그는 “당장의 매출과 이익에 현혹되지 말고 10년 후를 바라봐야 한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신약개발은 솔직히 제조업과 달리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데다, 눈에 보이지 않아 뭘 만드는지도 모르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향후 교육산업과 함께 성장성을 가장 큰 분야이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위장 치료제 잔탁으로 연 4조원대, 화이자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4년간 4조원의 매출을 올린 예를 보라는 것이다.
LG가 미래 전략사업으로 선택한 세 분야(전자, 정보통신, 생명과학)중 한 축을 책임진 그는 2010년까지 독자 브랜드를 3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꿈을 갖고 있다.
양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미 워싱턴대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테크노 CEO’로 불린다. 회사에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 주는 농약개발 프로젝트 등을 직접 이끌며 쌓은 그의 오랜 식견과 전문지식이 LG의 바이오산업 기틀을 다지게 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그는 “1983년부터 시작된 신약개발 사업이 다방면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2005년까지 시가총액 1조원대의 동종업계 1위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이 700개 이상 난립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만 급증한 것은 거품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는 또 “국내 바이오산업은 그동안 대기업들의 1개 사업부문에 그치거나, 투자여력이 없는 중소제약사 위주로 전개돼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왔다”며 “LG생명과학은 대기업이 바이오 사업에 본격 도전하는 의미가 가진 만큼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보고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LG생명과학은 우선 외형 성장에 필수적인 독자 브랜드를 보유하기 위해 매출에 비해 과다한 연간 600억원씩을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모자라는 투자재원은 해외자금 유치보다는 유상증자 등 시장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회사분할로 LG화학 등 모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지만 차제에 바이오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모델을 보여주겠다는 게 양 사장의 복안이다.
LG생명과학은 분할 전인 80년대 초부터 유전공학 의약품과 신약개발에 연간 200억~600억원씩 지금까지 3,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해왔다.
신약분야에선 세계적 신물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추진중인 팩티브를 비롯해 서방형 인간성장 호르몬, 경구용 항응혈제 등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95년 발견한 차세대 퀴놀린계 항생재인 팩티브는 투약자 일부에서 반점 등 부작용이 나타나 2000년 FDA 승인이 유보된 바 있다.
양 대표는 “9월까지 미국의 파렉셀 등 해외기업 3곳과 제휴를 통해 신약승인을 재신청하면 내년 상반기에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무엇보다 우리 약이 세계적 의약으로 인정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양흥준 사장은 누구
▲1946년 경남 창녕 출생
▲65년 부산고 졸업, 69년 서울대 화학공업과 졸업, 89년 미 워싱턴대 생물공학박사
▲78년 ㈜럭키 입사, 91년 럭키 농화학사업부장
▲96년 ㈜LG화학 신사업전략담당(상무), 99년 경영전략실장(전무)
▲2001년 LGCI부사장
▲부인 제혜숙씨와 1남1녀
이태규기자tglee@hk.co.kr
■LG생명과학은 어떤 회사
지난해 LG화학에서 지주회사로 분리된 LGCI에 속해 있다가 이달 1일 다시 독립, 16일 거래소에 재상장된 LG생명과학은 1983년 출범한 그룹내 유전공학연구소가 모태다.
이 회사는 자본금 486억원, 총 자산 3,212억원, 부채 1,984억원으로 부채비율(161.5%)이 다소 높으나 순차입금은 자기자본의 55% 수준이다.
그동안 신약개발에 투자한 돈만 3,700억여원이며 2005년까지 6,000억원이 추가로 투입해 매출을 올해 1,700억원에서 내년 2,500억원, 2004년 4,2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출액의 30%가 넘는 연 600억원을 연구ㆍ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3년 뒤 시가총액을 1조원대로 끌어올려 국내 1위 제약업체로 자리를 굳히고, 2010년에는 세계적인 신물질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직원 940여명 중 340명이 석ㆍ박사급 연구개발 인력. 그런 만큼 연구능력과 투자규모, 다양한 신약개발 추진 성과 면에서 국내 생명공학 분야의 선두기업이란 평가에 손색이 없다.
생명과학에서 역점 분야는 인체의약과 동물의약, 식물의약. 신약개발의 특성상 장기투자가 필요한 만큼 재원 마련에 대한 외부의 우려도 없지 않지만, 회사측은 이미 3년간 투자할 재원은 마련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기간 안에 신약의 상업화 여부가 중기적인 회사의 성장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 차세대 퀴놀린계 항생제인 팩티브, 성장호르몬제, B형 간염치료제 등은 LG생명과학에 가장 먼저 낭보를 전해줄 신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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