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어선을 타고 귀순한 탈북자 세 가족 21명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이들을 처음 발견한 해경 경비정에 따르면 어선에는 가스버너와 기름버너, 압력밥솥 등 취사도구는 물론 TV, 소금, 경유 등 장기 항해에 대비한 생활도구가 갖춰져 있었다.
실제 선장 순용범(46)씨는 해경 1차 조사에서 “10년 전부터 탈북 기회를 엿보다 2년 전 선장이 된 뒤 본격적으로 준비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배가 20톤급의 목선에 불과했지만 GPS(항법조종장치)까지 설치돼 있는 점으로 미뤄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선장 순씨와 리경성(33), 방희복(45)씨 등 세 가족으로 구성돼 있는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순씨 일가족의 경우 17명이 대거 탈북 대열에 동참한 것을 보면 이미 오래 전에 탈북을 결심하고 가족들을 설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직 이들이 북한을 탈출한 동기와 경위 등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함께 탈북한 선장 순씨의 아버지 순종식(70)씨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라는 점으로 미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탈북을 결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해경이 어선에 접근, 전투태세를 갖추자 “우리는 북에서 온 사람이다. 남조선에 가고 싶다.
남조선 사회가 일만 하면 먹고 사는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경 경비정에 옮겨지자 마자 “배고프다” “먹을 것을 달라”고 요구했고, 해경 관계자들이 라면을 끓여주자 어떻게 먹는 줄 몰라 한동안 쩔쩔매기도 했다고 해경은 전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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