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과 대기업 여신에 한계를 느낀 은행들이 너도나도 중소기업 영업에 열을 올리면서 은행간 경쟁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여신 규모가 많게는 35%가량 늘어나는 등 중소기업 대출시장이 급속 팽창하고 있다.우리은행의 경우 7월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지난해 12월 말(13조9,432억원)보다 무려 34.8%나 증가한 18조8,022억원으로 집계됐고 국민은행은 지난해말(27조8,863억원)에 비해 5조원(17.9%)이나 늘어난 32조8,959억을 기록했다. 조흥, 한미, 외환 등도 20% 가까운 신장률을 보이며 연말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대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은행 고객 뺏기 경쟁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은행간 과당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국민은행. 거래처를 바꾸는 기업에 대해 각종 특전을 베푸는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 고객 유치전에 나섰다.
공장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할 때 통상 담보가액의 1%에 해당하는 인지대를 내게 돼 있는데 이를 전액 면제해주고, 기존 주거래은행과 거래를 중단할 경우 거래말소 비용까지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의 상품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 상품을 선보인 5월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중소기업 여신이 2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질세라 다른 은행들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최근 타행 거래기업이 대환대출을 신청할 경우 부동산 담보에 대한 등기 설정비를 면제해 주기로 했고, 신한과 하나 등도 비슷한 형태의 상품으로 추격전에 나선 상태다.
제살깎기식 ‘노마진’경쟁도 가열될 조짐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중소기업 대출시 본점 승인 없이 영업점장이 1% 내외에서 금리를 조정해주도록 했으나 19일부터는 영업장 전결로 ‘노마진’혜택도 가능하도록 수정지침을 전달했다.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시장이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은행들을 중심으로 힘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한정된 시장 안에서 철저한 리스크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은 물량 위주의 경쟁이 계속될 경우 은행 부실화 등 폐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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