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유럽에 100여 년 만에 닥친 최악의 홍수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범람한 블타바강과 엘베강 유역의 유서 깊은 도시와 문화재들도 훼손 위기에 직면했다. 지금까지 최소한 약 1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으며 재산 피해는 사상 최대인 1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독일 정부는 16일 이번 홍수를‘국가 대재난’상황으로 규정하고 "함께 피해를 입은 인근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정상들과 18일 긴급 홍수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혔다.
독일 중동부 작센주의 주도인 드레스덴을 지나는 엘베강 수위는 16일에 500년 만의 최고치인 9.1m를 기록했다. 시 당국은 이날 주민 5만 명을 긴급 대피시켰으며전 시민의 5분의 1이 넘는 10만 여명이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
특히 체코 엘베강 유역 네라토비체시의 스폴라나 화학공장이 물에 잠겨 유독 물질이 누출됐다는 보도가 잇따라 주민들이 불안해 했다. 독일 환경 당국은 하류인 엘베강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환경 단체들은 다이옥신 창고 두 곳이 물에 잠겼으며, 수은 폐기물 25만 톤이 유출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동유럽으로 흐르는 도나우강도 상황이 비슷하다. 상류인 오스트리아는 1만 명의 이재민을 내고 하천 수위가 내려가고 있지만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강물이 계속 불어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블타바강과 엘베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부 유럽 최대의 문화를 자랑하는 체코 프라하와 드레스덴의 중세 및 바로크 시대 예술 작품과 각종 문화재들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져 일단 위기를 모면했으나 여전히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
1881년에 완공돼 19세기 체코 문화의 상징인 프라하 국립극장은 가까스로 붕괴 위기를 넘겼지만 구시청 광장의 15세기 천문시계는 멈춰 섰고 프라하 기념 엽서의 단골 모델인 14세기의 카를교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구시가지의 카프카 생가와 북쪽 드보르자크 생가도 피해를 봤다.
2차 대전 당시 폐허가 됐지만 전후 복구를 통해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리는 아름다움을 되찾은 드레스덴에서는 유럽 최대의 미술품 컬렉션을 소장한 츠빙어궁 지하 저장실에 물이 차 긴급 대피 작업이 벌어졌다.
박물관 직원들과 군인, 경찰은 이틀에 걸쳐 라파엘의 ‘시스틴의 성모’ 등 4000점의 미술품을 윗층으로 옮겼다.
한 직원은 "무거워서 사람손으로 옮길 수 없는 그림 6점을 저장실 천장의 파이프에 밧줄을 걸어 매달아 두었다"고 말했다. 인근의 19세기 양식 셈페르 오페르 오페라 하우스 지하실에도 물이 찼고 또 다른 동부 도시 사우에서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인 바우하우스 컬렉션 대피 작업이 벌어졌다
한편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이번 홍수가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며 석유 회사들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또 강을 따라 도시가 거대하게 발전해 범람에 대비할 여지를 두지 않았다며 부실한 하천 관리와 무절제한 도시 계획을 비판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온난 기후대의 강우 유형과 일치하며 기후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skim@hk.co.kr
■블타바=몰다우, 도나우=다뉴브
블타바(Vltava)강은 체코 남서부 보헤미아 산악 고지에서 발원해 수도 프라하를 관통하며 북쪽으로 흐느는 강이다. 엘베(Elbe)겡 지류이다. 스메타나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중 2번 몰다우(Moldau)는 블타바의 독일 이름이다.
엘베강은 독일-체코 국경 리제 산맥에서 출발해 지류를 모아 드레스덴, 마그데프루크를 거쳐 함부르크에서 북해로 이어진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로 유명한 도나우(Donau)강은 독일 남부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거쳐 남쪽인 흑해로 흘러들며 볼가(Volga)강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다뉴브(Danube)는 도나우의 영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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