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 / 그 나라의 역사와 말 / 일제시대 한 평민 지식인의 세계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 / 그 나라의 역사와 말 / 일제시대 한 평민 지식인의 세계관

입력
2002.08.17 00:00
0 0

이찬갑(1904_1974). 평북 정주 출신으로 일제시대 때 함석헌, 김교신 등과 무교회운동에 나섰으며 1942년 6월에 ‘성서조선’ 사건으로 감옥에 갇히기도 한 농민이자 교사. 해방 뒤에는 충남 홍성의 풀무농원 설립자.‘그 나라의 역사와 말’은 이찬갑이라는 ‘평범한’ 일제 시대 지식인의 초상이지만, 넓게 보면 이찬갑의 생애를 통해 ‘일제시대 지식인들이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미시사(微視史) 연구이다. 부제는 ‘일제 시기 한 평민 지식인의 세계관’.

서강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이찬갑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열쇠로 삼은 것은 7권의 기사 스크랩이다. 이찬갑은 1938년부터 1940년까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스크랩하며 교회, 국어, 조선총독부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정리하고 귀퉁이마다 메모를 적었다.

저자는 이찬갑의 소장도서 목록과 고향 집 약도, 이광수 윤치호 등 당대 지식인들의 일기, 편지, 저작들 속에서 무교회 사상과 국어 사랑을 엿보고, 닭장이 안방 앞에 위치한 집 약도를 보며 농민운동가로서의 이찬갑을 주목한다.

저자는 이찬갑이 일본제국을 위하여 충성을 바치라는 조선총독의 명령을 담은 기사 옆에 “언제나 어두운 시대가 지나가려나”라고 비탄의 메모를 적는 등 언론 검열, 신사참배로 이어지는 암울한 시대 상황에 맞서 “그 나라의 역사와 말이 아니면 조선 사람을 깨우칠 수 없다”고 믿고 실천한 지식인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남강 이승훈을 종증조부로 두고, 김교신 등 당대의 거물과 교유를 했으며 두 아들 기백(국사학자)_기문(국어학자)을 중견 학자로 키운 사람을 평범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듯하다. 흡족스럽지는 않지만 한 인물이 남긴 제한된 자료를 미시사로 구성한 점은 후속작업에 대해 기대를 갖게 한다.

백승종 지음 궁리 발행ㆍ 1만5,000원

/이종도기자 ec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