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 사상첫 '한목소리'…北美대화 긍정적 영향분단 이래 서울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남북 민간행사인 8ㆍ15 민족통일대회가 16일 막을 내렸다. 첫날 개막식 공동호소문 이견 등으로 한때 실랑이를 빚기도 했지만 ‘만경대 방명록 파문’ 등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지난해 이맘때 평양 대회와 비교하면 성공작이라는 중평이다. 행사 내내 돌발 사건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 세웠던 정부 당국도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남북 참석자들 모두가 가까스로 6ㆍ29 서해교전의 앙금을 딛고 일어선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고 인식, 자제력을 발휘했다. 그 덕분에 우려했던 돌출 행동이나 남남(南南) 갈등을 부채질하는 자극적 구호도 거의 없었다. 남측 관계자는 “지난해 평양행사가 교훈이 된 것 같다”면서 “남북이 너나 할 것 없이 조심 또 조심했다”고 말했다.
남북은 각계 인사가 두루 참석한 이번 행사를 통해 57년간 쌓인 이질감을 부분적으로 줄일 수도 있었다. 사상 처음으로 독도 문제에 한 목소리를 냈고 앞으로도 여성 언론 노동 등 부문별 교류를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북측 인사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남측의 월드컵 쾌거를 칭찬했다. 남측 인사들은 미모와 기교를 자랑하는 북측 예술단의 공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서울 행사가 7차 장관급 회담으로 복원된 당국관계와 재개 분위기가 성숙한 북미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일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행사가 순항, 남측 대표단은 사실상 ‘무사고’를 전제로 사후에 검토하기로 했던, 행사비용의 남북협력기금 충당을 정부에 요청할 명분도 챙겼다.
물론 이번 만남은 남북의 괴리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북측은 한총련 참가 논란이 불가피해 남측에겐 아킬레스건인 청년ㆍ학생 통일행사를 거세게 몰아 붙였고, 북송 장기수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주고 받은 편지를 ‘예술 사진’이라고 강변하며 전시했다.
북측 인사들은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개사해 부르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끝내 ‘태양 민족’을 집착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함께 통일을 목놓아 외쳤지만 그 내용은 조금씩 달랐던 게 사실”이라면서 “더 많이 만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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