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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아니라 아동소설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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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아니라 아동소설 이에요"

입력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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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어린 날의 꽃과 나비의 세상.” 우리 문단의 30~40대 주요 작가 5명이 한꺼번에 어린이책을 냈다. 명예의전당 출판사가 기획한 ‘햇살북’ 시리즈 첫 다섯 권은 소설가들이 어린이를 위해 지은 소설이다.참여 작가 구효서 이승우 이순원 오수연 고은주씨는 한국일보문학상 등 국내 각종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탄탄한 역량의 작가들. 어른을 독자로 삼아 글을 쓰던 작가들이 눈높이를 낮춰 지은 소설은 한층 다감하고 사랑스럽다

구효서(45)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의 잠꼬대 때문에 애를 먹다가, 문득 “꿈이든 현실이든 세상은 마음 먹은대로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소설 ‘부항 소녀’는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구씨의 깨달음을 전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은지는 부항을 아주 잘 떠서 부항 소녀로 불렸지만, 사실 은지는 부항을 통해 병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병은 욕심과 미움을 먹고 자라는 잡초 같은 거라고, 그러니까 나쁜 마음을 버리고 욕심을 내지 말라고 가르쳐준다.

이승우(43)씨는 “마흔 몇 살짜리 작가에게 열 몇 살짜리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만들게 하는 것은 그의 아들이거나 딸”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아들을 모델로 삼은 소설을 썼다. ‘아빠는 내 친구’라기보다 ‘나는 아빠의 친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한길이 이야기다.

“아빠는, 아들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이기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다”는 한 구절은 이씨가 자신의 아들 한서에게 살짝 보여주는 속마음이다.

이순원(45)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는 기억 속 고향의 ‘뽕뽕다리’로 어린 친구들을 안내한다.

고무신을 빠뜨린 용철이, 철다리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소 때문에 진땀을 흘리던 종선이 아버지, 책보에 오이를 싸 갖고 간 어머니 때문에 태극기로 책보를 삼은 은숙이…. 그 다리에는 가난했어도 모든 게 아름다웠던 꽃과 나비의 세상이 있었다.

이씨가 소곤소곤 풀어놓는 옛 세상은 코끝이 아려질 만큼 정겹다.

오수연(38)씨의 ‘선물’은 요즘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결손 가정의 꼬마 이야기다. 부모가 갈라설 위기에 놓여 시골 할머니에게 맡겨진 여섯 살 진이는 늘 마음이 아프다.

왜 엄마 아빠가 나랑 살고 싶어하지 않는 걸까, 조그만 진이는 내내 궁금하다. 결국 헤어지기로 한 엄마 아빠는 진이를 안고 울먹인다.

엄마 아빠와 할머니에게 진이는 선물을 하기로 한다. 정성들여 포장한 죽은 까치는 끔찍한 것처럼 보이지만, 틈만 나면 우는 어른들을 위해 진이가 준비한 선물이다. 고은주(35)씨의 ‘너는 열두 살’은 막 여자가 되는 나이인 아이의 고민을 담은 책이다.

열두 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는 작가는 “한번 흘러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모든 시간은 저마다 아름답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고 돌아본다.

출판사는 이 시리즈물을 ‘창작 동화’가 아닌 ‘어린이 소설’이라고 이름붙였다. 기존 동화들이 대개 상상력에 기대 허구의 세계를 창조한 것과 달리 작가들의 체험이 녹아 있는 소재를 소설로 썼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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