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사는 물고기는 체온을 빙점보다 낮춰...성전환 자유자재 물고기도지구의 3분의 2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는 많은 생물이 살고 있는 생명의 보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나 적다.
인간은 달에 발자국을 남겼지만, 심해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수백 개의 인공위성이 지구를 돌고 있지만, 심해 잠수정은 전 세계에 대여섯 척 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는 바다에 무관심하다.
‘아름다운 바다’는 영국 BBC가 5년 여에 걸쳐 제작한 같은 제목의 자연사 다큐멘터리 작품의 TV 방영에 맞춰 출간된 바다에 대한 종합 안내서이다. 저자 앤드루 바이어트와 알래스테어 포더길, 그리고 마서 홈스는 모두 자연사 프로그램의 베테랑들.
이 책은 열대의 바다에서부터 극지방의 얼어붙은 바다까지, 수면에서부터 심해까지 바다를 다중적으로 파고 들면서 특히 바다 생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파랑비늘돔, 놀래기, 능성어, 청줄돔 그리고 자리돔 일부 등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 가운데는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을 바꾸는 것들이 많다. 반대로 같은 산호초에 살아도 돌삼뱅이, 도미, 황등어, 농어, 흰동가리는 수컷으로 생을 시작해 나중에 암컷으로 바뀌기도 한다.
카리브해의 작은 물고기 블랙 햄릿은 암컷과 수컷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어 산란기때 한쌍이 교대로 알과 정자를 방출하고 난 뒤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바다 역시 먹고 먹히는 냉정한 자연의 법칙이 존재하는 곳. 다른 물고기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보기가 청어. 청어는 공격을 받으면 즉각 서로의 간격을 좁혀 조밀한 무리를 이룬다.
수백 또는 수천 마리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며 소용돌이쳐 적을 혼란시킨다.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바다의 난폭자 상어의 턱은 1㎠당 3톤의 힘, 즉 엄지발톱 위에 3대의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올려 놓은 것과 같은 힘으로 문다.
물고기의 99%는 태어난 지 10개월 안에 죽으며 백만 마리 가운데 성체가 되는 것은 한 마리 미만이다. 혹독한 자연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물고기들은 필사의 노력을 한다.
전세계에 알려진 2만여 종의 물고기 가운데 남극해에는 120여 종만 사는데 녀석들은 추위에 견디기 위해 체온을 얼음 어는 온도보다 낮춤으로써 몸이 얼어붙지 않게 한다.
‘아름다운 바다’에는 이런 흥미로운 물고기 이야기뿐 아니라 북극곰이나, 펭귄, 해달 등 바다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다른 생물에 대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화려하고도 역동적인 사진은 시원한 시각적 효과와 함께 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앤드루 바이어트 등 지음ㆍ김웅서 등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4만원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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