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재산가들이 재산을 사회에 되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자수성가한 실향민 강태원(姜泰元ㆍ83ㆍ서울 강남구 개포동)씨가 현금 200억원과 70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 평생 모은 270억원의 재산을 16일 KBS에 기탁했다. 강씨는 지난해 7월에도 충북 청원군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에 100억원을 기증했던 화제의 주인공.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에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기부하게 됐습니다." 강씨는 이제는 크게 베푸는 위치에 와 있지만 월남한 후 역정은 고통과 아픔의 연속이었다.
광복 후 아내와 한 살 된 아들을 평양에 두고 홀로 남으로 온 강씨는 막노동으로 전국을 전전한 끝에 포목상에 이어 버스업체를 운영했다.
여기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새롭게 가정을 꾸려 1남4녀도 두었다. "안 쓰고 안 먹고 남보다 더 일하면 돈이 따라온다"는 강씨는 서울 강남에 사둔 땅이 개발붐을 타고 값이 뛰면서 수백억원대로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터도 그가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회장에게 판 것이다.
"어릴 때부터 평양의 지주였던 선친으로부터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말씀을 줄곧 들어왔다"는 그는 이 가르침을 지금껏 지켜 오고 있다. 자녀들에게는 대학공부를 시키고 결혼할 때 집 한칸씩 장만해준 게 전부.
강씨는 "처음에는 아내와 맏아들이 반대했지만 이제는 내 뜻을 이해하게 됐다"며 "자녀가 부모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씨는 그러나 폐가 굳어가는 병으로 제주도에서 요양중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KBS는 복지문화재단을 설립, 강씨가 재산을 기탁한 계기가 된 '사랑의 리퀘스트'프로그램에 강태원 후원금수혜자 고정코너를 만들기로 했다.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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