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고위 간부를 검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10대 소년을 ‘인간방패’ 로 앞세워 숨지게 한 사실이 밝혀졌다.니달 아부 모흐센이란 이름의 이 소년은 14일 이스라엘군이 입힌 방탄조끼를 입고 하마스 지도자가 은신해 있는 요르단강 서안 투바스의 한 건물에 접근하다 머리에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테러배후 조종자로 수배돼 온 나세르 제라르의 부하가 쏜 총탄에 소년이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하마스측은 “무고한 10대 소년을 인간방패로 사용한 만행” 이라며 분개했다. 하마스측은 “소년을 팔레스타인으로 가장한 이스라엘 병사로밖에 판단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소년이 숨진 뒤 총격전이 그치자 소년의 시신이 있는 건물을 불도저로 깔아뭉갰다.
대대적인 하마스 지도자 검거작전을 펼친 이스라엘군은 이날 제라르가 은신중인 건물 주위를 포위한 채 투항을 종용했지만 반응이 없자 모흐센에 방탄조끼를 입힌 뒤 메가폰을 들고 건물에 접근토록 했다. 그러나 모흐센은 건물에 들어서기도 전에 문 앞에서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이스라엘 인권단체들과 언론들은 군의 야만적 행동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더욱이 군이 인간방패 관행을 중단하기로 대법원에 약속하고도 이같은 일이 벌어진 데 분노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벳셀렘’ 은 올해 초 다른 6개 인권단체와 함께 군의 야만적 행동을 중지시켜 달라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으며 대법원도 5월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간방패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테러 용의자를 검거할 때 이웃주민을 내세우는 것은 오랜 관행” 이라며 이들을 시켜 용의자의 투항을 설득하고 다른 주민들을 평화적으로 대피하도록 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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