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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주당의 자기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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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주당의 자기모순

입력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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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아침 여의도 민주당사.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의 입에서 어딘지 귀에 익은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생경한 말이 흘러 나왔다. “서명운동”운운 하는 얘기였다. 확인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1,000만인 서명운동을 한다는 것이었다.자세한 배경 설명은 없었다. 회의에서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병역비리 은폐 조작 의혹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처가 극에 달해 있어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이를 발제,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게 나중에 나온 설명이다.

대국민 서명운동은 민주당이 야당할 때 당시 정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즐겨 썼던 수단이다. 정권교체 후 여당이 된 지난 4년 반 동안에는 민주당 주변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얘기였다.

따라서 “정말 사정이 절박한가 보다”“민주당이 보기에 한나라당의 대응이 터무니가 없으니 이런 강수(强手)까지 두는 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날 결정은 ‘오버’한 측면이 강하다. 먼저 서명운동은 검찰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져 검찰 독립 훼손ㆍ간섭의 논란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의원들의 항의 방문 등 한나라당의 집요한 검찰 압박을 “부당한 수사 간여”라며 “검찰에 맡기고 지켜보자”고 호소했던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도 모순이다.

국정의 안정을 도모할 책임이 있는 집권당이 일반 국민의 편가르기를 통해 오히려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려 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시민단체와의 제휴 안은 자칫 시민단체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이기적인 발상이다.

더구나 9월1일에는 정기국회가 열린다. 이를 코앞에 두고 장외로 뛰쳐나가겠다는 게 과연 원내 제2당의 합리적인 결정인지 민주당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신당 창당을 둘러싼 내우(內憂)를 외환(外患)으로 덮어보려는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대한 답도 민주당은 준비해 둬야 할 것이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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