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께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 이라는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의 보도에 눈길이 간다.이즈베스티야는 “그들은 우연히 만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8월 하순 캄차카 반도에 이어 연해주 지방을 방문할 예정이며, 김 위원장도 비슷한 시기에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브스크 등을 방문할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즈베스티야의 보도대로 두 사람이 만나게 되면 이들의 대좌는 벌써 세번째다. 2000년 7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고, 2001년 8월에는 김 위원장이 열차편으로 시베리아를 횡단,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3년 내리 만나는 셈이다. 러시아의 개혁ㆍ개방정책으로 한때 소원해졌던 두 나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 지고 있다는 징표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 대리인과도 만나는 등 러시아에 부쩍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시베리아 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만남의 장소가 블라디보스토크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하바로브스크도 거론되지만 두 도시 모두 극동의 중심지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이름 자체가 ‘극동의 창’ ,또는 ‘동쪽을 점령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하바로브스크는 김 위원장이 태어난 곳이다.
두 도시 모두 서울에서 직항이 있어 우리에게 낯익은 곳이고, 경의선만 연결되면 기차를 타고도 갈수 있는 곳이 된다.
■기자가 지난 7월 두 도시를 방문했을 때 이곳엔 비상이 걸려있었다. 푸틴 대통령을 맞을 준비 때문이다. 하바로브스크 기차역 플래트 폼엔 아스팔트가 새로 깔렸고, 블라디보스토크시 관계자들은 푸틴 대통령의 방문 일정이 자주 바뀐다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제정 러시아때는 물론이고 구 소련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정권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붙으면 항상 시베리아와 극동에 눈길을 돌렸다. ‘강한 러시아’를 표방한 푸틴의 대외정책과 김 위원장의 개방정책 추구가 극동에서 맞아 떨어질지 궁금하다.
이병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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