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15 서울 민족통일대회에 임하는 남북의 입장이 자못 달라 눈길을 끈다.지난해 평양 대회의 ‘만경대 방명록 파문’으로 몸살을 앓은 남측은 이번에는 작은 돌발상황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반면, 북측은 통일운동 하자는데 너무 힘주는 것 아니냐며 느긋한 인상이다.
북측의 소극적 대응으로 곤욕을 치른 14일 장관급회담과 비교하면 양측 입장이 반전된 모습이다.
15일 공동호소문 채택 지연으로 개막식이 1시간 10분 가량 늦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남측의 ‘몸 사리기’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남측은 북측이 금강산 청년학생ㆍ여성 행사에 구체적 날짜를 박은 초안을 내놓자 향후 한총련 참가 논란이 일 것으로 지레 우려하고 멈칫했다.
남측은 설봉호 배편이 없다는 등 어설프게 맞섰으나 과도하게 행사가 지연되자 결국 북측 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전날 몽양 여운형(呂運亨) 선생의 3녀인 원구(鴛九)씨의 묘소 참배 논란으로 환영 행사가 늦어진 것도 마찬가지였다.
남측은 북측 10명이 여씨와 동행하겠다고 나서자 깜짝 놀라 정부 당국의 눈치를 살폈다.
당국도 즉각 결정하지 못해 이 분야 최고결정권자인 정세현(丁世鉉) 통일장관의 재가를 기다렸으나, 이 시간 정 장관은 장관급 회담에 몰두하고 있었다.
남측 관계자는 15일 김일성(金日成) 부자를 찬양한 사진설명에 대해 논란이 일자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좌불안석”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남측 내부에서 엇갈린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 특성상 북측은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민화협 통일연대 종단으로 구성된 남측 대표단은 내부 합의가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북측 허혁필 민화협 부회장은 “통일 문제에 관한한 우리(북측)는 모두가 하나”라고 은근히 여유를 부렸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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