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신당을 하려다 분당될 위험에 놓여 있다. 친노(親盧), 반노(反盧) 세력이 한치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는 중에 중도파는 파국을 막기 위한 안전판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이들 세 세력의 핵은 각각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이인제(李仁濟) 전 고문, 한화갑(韓和甲) 대표이다.
이번 갈등의 중대 분수령이 될 16일 의원ㆍ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앞두고 이들은 15일 나름대로 전략을 점검하며 폭풍전야를 보냈다.
■親盧 "이인제는 소수파" 勢자신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자신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경선 불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후보 선(先) 사퇴론의 배후와 관련, “한번도 아니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흔드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1997년에 한번 (경선 불복) 했으면 됐지 2002년에 또 그런다”고 이인제 전 고문을 겨냥했다.
여기에는 16일 의원ㆍ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결전을 앞두고 ‘사퇴 불가’의 논리적 근거와 명분을 강조, 당내 다수인 중도세력을 이 전 고문으로부터 분리해 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노 후보측 핵심 관계자는 “이 전 고문계가 소수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며 이미 세 점검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노 후보는 신당 후보 경선은 국민참여 경선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적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지분협상 및 대의원 배분, 지구당 창당 등을 완료하려면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며 “100% 국민경선만이 가능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대의원(경선)으로 하자면 대의원으로 해 줄 것”이라고 했다가 “기득권 없음을 강조한 것이지 국민경선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수정했다.
노 후보는 탈당 움직임에 대해 “작심하고 하는 일인데 막을 방법이 있겠느냐”고 반문, 최악의 상황도 각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노 후보는 그러나 신당 좌초에 따른 국민적 비판 여론이 결국 자신의 부담으로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도파 "분열은 곧 자멸"
한화갑 대표는 무척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는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든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절대 중립”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친노 세력은 “노 후보의 위상을 확실히 보장해 달라”고 그를 압박한다. 반면 반노측은 “한 대표가 노 후보에 치우쳐 백지신당이 아닌 노 후보 ‘업그레이드’신당을 만들려 하고 있기 때문에 창당이 난관에 직면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중도파 인사들은 창당추진위원장 사퇴 파동 등을 들어 “한 대표가 확실히 일을 장악하지 못한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에 대해 한 대표측은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바로 한 대표가 철저히 중립을 지켰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맞받는다.
한 측근은 “한 대표는 반노 세력의 탈당설이 나온 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을 직ㆍ간접적으로 접촉,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대표는 그 동안 중도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물밑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16일 회의에서도 이들이 구당(救黨)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어 “순조로운 창당을 위한 노 후보의 협조를 끌어내려면 후보직 유지가 유일한 길”이라며 “한 대표는 신당을 띄운 뒤 누구든지 백지상태에서 경쟁하면 된다는 점을 반노 세력에게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反盧 "盧는 이미 후보 아니다"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은 10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총재와 비공개로 회동한 데 이어 18일에는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 등과 만찬 회동을 갖는다. 제2 신당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행보다.
이 전 고문은 “행동에 옮길 것이다”“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것이 최악의 선택이다” 등의 말을 자주 하고 있다.
그는 15일 노무현 후보가 ‘경선 불복’을 거론하며 자신을 비난한 데 대해 측근에게 “대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의 진로를 놓고 반(反) 이회창 비(非)노무현 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제2 신당 추진, 노 후보 압박을 위한 탈당 배수진 치기 등 두 가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의 측근은 “당내에서 활로를 찾는 것과 당 바깥에서 별도의 신당을 만드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고문은 언론에 그의 탈당 가능성이 보도되자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이 전 고문은 노 후보와의 결별에 대비해 조직을 점검하고 있다. 그는 20명 가량의 동조 의원 확보, ‘경선 불복’비판에 대응할 명분 확보 등의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반노 그룹은 16일 국회의원ㆍ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노 후보의 선 사퇴 및 백지 신당 추진을 촉구하되 수용되지 않을 경우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집단 탈당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고태성·신효섭·김광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