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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0.1%에 휘둘리는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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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0.1%에 휘둘리는 남북관계

입력
2002.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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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버지 묘소 참배하러 가는데 조차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은가 봅니다.”8ㆍ15 민족통일대회 첫날인 14일 오후 행사장인 워커힐 호텔. 여운형 선생의 셋째딸 여원구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의장의 서울 수유리 부친 묘소 방문일정이 오후 내내 오락가락 하자 남과 북 행사 관계자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남측 추진본부는 여 의장이 서울 방문 이전에 부친 묘소 방문 의사를 전해 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참배가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명확한 해명도 없이 참배가 성사되지 않자 급기야는 북측 대표단이 오후 5시로 예정된 남측 환영공연에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예전의 남북문제 처럼) 이번에도 ‘0.1%의 불확실성’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네요.” 시간이 흐르면서 추진본부와 기자단 사이에서 조차 이런 우려의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이날의 ‘0.1 불확실성’은 여 의장이 기자단을 이끌고 참배할 경우 남한의 보수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에서 비롯됐다.

민족통일행사 둘째날인 15일 오전에도 북측이 준비해온 사진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문구가 실려 이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사진전 시작이 지연되는 사태가 또 발생했다.

보수세력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남북통일 대의를 위해 남측이 양보하고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덥썩 ‘그렇게 하자’고 나서기에는 상황이 여러모로 녹록치 않다.

단지 분명한 것은 북이 미리 주문해온 사안을 남이 명확히 정리하지 않은 채 0.1%의 애매함을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이점이 실랑이의 원인제공을 한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일련의 ‘8ㆍ15사태’들은 또 한번 “남북문제에서는 99.9%의 확실성 보다는 0.1%의 불확실성이 더 무섭다”는 쓴 교훈을 남기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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