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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구운소금 안전한가…'다이옥신'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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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구운소금 안전한가…'다이옥신'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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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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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구운 소금과 죽염에서 맹독성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 검출 사실을 발표한 후 “제품의 실명을 밝히라”는 주부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소금은 우리 식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필수식품으로 건강을 위해 생소금 대신 값비싼 죽염, 구운 소금을 먹었던 가정들은 그만큼 충격이 컸다. 현재 일부 죽염업체들은 업계 사활을 걸고 “제대로 만든 죽염은 다이옥신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죽염과 구운 소금의 안전 여부를 점검해 본다.

◆소금의 다이옥신 왜 생기나

식약청이 조사한 소금의 다이옥신 잔류량은 지금까지 조사된 어떤 식품보다 많다.

2000년 이후 식약청 조사에서 어류의 다이옥신 잔류량이 g당 0.007~1.452pgTEQ(1pg은 1조분의 1g)로 가장 높았는데 소금은0.74~43.54pgTEQ로 그보다 최저 7.6배나 많았다. 유럽연합의 식품에 대한 다이옥신 잔류허용기준도 훨씬 넘겼다.

어패류내 다이옥신은 결국 바다로 흘러가게 돼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되는 것인데 반해 소금의 다이옥신은 가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청이 조사한 5가지 소금 중 생소금(1종)에선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가열공정을 거치는 구운 소금(2종)과 죽염(2종)에선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이번 조사연구를 담당한 식약청 이 영 사무관은 “조사 결과 소금을 약 300도에서 가열하면 다이옥신이 생성되고 800도 이상 가열할 경우 현저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제품에 따라 다르다

한 죽염업체는 식약청 발표 다음 날 “자체적으로 포항공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다이옥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다이옥신과 유사한 화학 성분인 퓨란의 경우 9회 죽염에서는0.002pgTEQ/g, 3회죽염 에서는 0.2pgTEQ/g, 1회죽염에서는 0.4pgTEQ/g이 검출되었다는 것.

소금을 가열하는 횟수에 따라 1회죽염, 3회죽염, 9회죽염 상품으로 나뉘는데 1회죽염과 9회죽염의가격은 20배나 차이가 난다.

이 죽염업체 관계자는 “천일염을 대나무에 넣어 소나무장작으로 800도에서 8번, 마지막엔 송진으로 1,300도에서 가열한 것이 9회죽염”이라며 “이 방법대로 한다면 어떤 죽염에서도 다이옥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죽염업체들이 자체 다이옥신 검사를 실시한 적이 없을 정도로 영세하고, 구운 소금의 가열 온도에 대한 기준이 딱히 없는 등 업체마다 조건이 천차만별인 것이 사실이다. 식약청에 앞서 5월에 실시했던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에선 총 24종의 소금 중 죽염 5개, 구운 소금 3개 제품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청 이 영 사무관은 “같은 제품에서도 제조일에 따라 다이옥신 잔류량이 들쭉날쭉하다”며 “제조공정상의 품질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이옥신 피해 줄이려면

서울아산병원 약리학과 김영훈(김영훈) 교수는 “다이옥신이 생물체에 얼마만큼 위협적인가에 대해선 동물에 따라 실험결과가 크게 다르다. 사람에서는 다이옥신이 생성되는 화학공장 근로자나 베트남전 참전자의 경우처럼 고농도로 노출됐을 경우 암 발생, 태아 기형, 피부염 등이 보고되고 있는 정도”라며 “그러나 한번 체내에 들어온 다이옥신은 분해ㆍ배출이 거의 안돼 수년~수십년씩 몸 안에 남아있게 되므로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소금은 여느 식품과는 달리 수백g씩 한꺼번에 먹는 식품은 아니므로 다이옥신 잔류량이 다른 식품보다 많다고 해도 당장 어떤 신체적 위험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체중 60㎏인 성인의 경우 1일 다이옥신 섭취허용량을 240pg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소금일 경우 하루 6~300g(평균 21g)을 먹으면 이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사람들의 1일 평균 소금 섭취량은 15~20g(권장량 6g)이다.

물론 다이옥신 흡수를 최소화하려면 가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소금을 먹는 게 안심이다. 죽염이나 구운 소금을 고집한다면 가열온도가 800도 이상인지 업체에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이영순) 교수는 “푸른 채소에 다량 함유돼 있는 후라보노이드, 녹차에 많은 카테킨, 인삼 등에 함유된 배당체가 환경호르몬 축적을 억제하고 배설을 촉진하며, 흡수된 환경호르몬이 체내에서 수용체와 결합하지 않도록 억제한다는 연구가 최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평소 푸른 채소와 녹차 등을 많이 먹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검출제품 공개 논란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다이옥신이 검출된 제품명, 검출량 등을 정확하게 공식 발표하라.”(관련업계)

“정확한 명단을 발표하면 나머지 제품은 안전한 것으로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청)

8일 죽염과 구운소금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식약청 발표이후 다이옥신 검출 제품의 명단 공개를 놓고 식약청과 관련업계 간의 설전과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다.

식약청은 발표 당시 24개 제품의 죽염과 구운소금 가운데 67%인 16개 품목에서 0.74~43.54pgTEQ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내용만 개략적으로 공개하고 정확한 제품명과 검출량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식약청은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소비자에 대해서만 다이옥신 검출 제품 명단을 알려주고 있는 상태다.

국내 80여 회사가 160여 품목의 죽염과 구운소금을 생산, 판매하고 있고 대부분의 제품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될 개연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조사한 결과만 발표할 경우 나머지 제품은 안전하다고 소비자가 현혹될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청의 입장.

또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열처리소금의 다이옥신 잔류허용기준이 없어 제조업체에 행정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품명단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식약청은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14개 죽염 제조업체로 구성된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을 비롯한 관련 업계는 “식약청이 어설프게 발표를 하는 바람에 모든 죽염과 구운소금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백화점이나 면세점 매장에서 쫓겨나고 수출계약이 취소되는 등 관련업계가 도산위기에 빠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측은 발표이후 신문광고 등을 통해 “9번 가열한 소금에서는 쌀과 비슷한 양의 다이옥신만 나와 인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소비자가 제품별로 취사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번에 조사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고 나머지 제품들에 대해서도 빨리 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조합측은 조만간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건의서를 식약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식약청 이 영(李 楹) 사무관은 “현재 유통중인 모든 구운소금 제품에 대한 다이옥신 검출 여부를 조사하려면 2,3년이 소요된다”며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다이옥신이 검출된 소금을 먹도록 방치할 수 없어 조사결과를 개략적으로 발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다이옥신이란?

다이옥신은 인체 호르몬의 정상적인 활동을 교란하는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이다. 염소 결합 유기화합물질을 제조하거나 플라스틱과 폴리염화비페닐(PCB) 등 염소화합물질을 태울 때 발생한다.

전체 다이옥신 발생량의 90% 이상이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지만 제초제, 살균제, 펄프, PVC 제조과정에서나 담배 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폐수등에서도 생긴다.

이렇게 생성된 다이옥신은 생태계를 순환하면서 토양, 바다, 식물 등을 오염시킨다.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학 공장 주변 목초지에 다이옥신이 침투하면 그 풀을 먹은 소나 돼지, 닭 등이 2차적으로 오염이 된다.

사람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음식물 섭취나 호흡을 통해 체내에 이 물질이 축적된다. 다이옥신의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1만 배나 높다.

다이옥신이 ‘사상 최강의 독극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독성도 강하지만 물에 잘 녹지 않고, 미생물에 의해 거의 생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이옥신은 먹이사슬에 따라 최종 소비자인 사람의 몸에 지속적으로 축적돼 건강을 해친다.

다이옥신이 체내에 축적되면 폐나 간ㆍ위에 암을 유발하고, 남성의 정자 수가 줄어 생식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여성에게는 불임의 원인인 자궁내막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다이옥신은 인슐린 분비 작용을 억제해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밖에 태반이나 모유 등을 통해 신생아에게 전달돼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신동천(申東千)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 기준을 토대로 성인(몸무게 60㎏)의 경우 1일 섭취량을 240pg TEQ(피코그램ㆍ1조분의 1g)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보다 최소한 10분의 1 수준으로 섭취량을 줄여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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