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가 비싼 이유를 아세요? 부가가치세가 붙기 때문이에요. 원래 생활필수품에는 부가세가 붙지 않는데 생리대는 생필품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고 여성이면 누구나 생리를 하는데 생리대가 생필품이 아니면 뭐가 생필품이지요? 생리대 부가세 부과 이면에는 우리사회의 남성본위적 고정 관념들이 숨어 있습니다.”- 오선진(29ㆍ월경페스티발 총기획자)씨.대부분의 사람들은 숨기고 싶어하는 생리와 생리대에 대한 이 도발적인 주장은 여성문화기획 ‘불턱’의 멤버들이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이야기다. 터부시되었던 여성의 생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주체성을 회복하자는 목적으로 월경페스티벌이 탄생한 지 벌써 4년. 올해는 17, 23, 24일 프리페스티벌을 시작으로 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제 4회 축제의 본 행사가 성대하게 열린다. 이번 대회를 치를 불턱 제 4기 기획의원들은 지난 5월 처음 구성된 이후 올해 가장 길고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행사기획부터 스폰서 유치, 출연자 섭외와 대외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빠요. 기획의원들은 자원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100% 무보수라 교통비나 휴대폰 사용비 등을 따져보면 내 돈 들여 생고생하는 격이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드러내고 편견을 바로잡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을 하며 보람을 찾습니다.”- 정다은(21ㆍ경희대 연극영화과2)씨.
“‘생리혈은 더러운 것’이라는 식의 무지한 관념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스폰서 요청을 위해 기업체에 전화를 하면 상대방이 더 쑥스러워 하면서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으려고 빙빙 돌려 말하는 걸 알 수 있어요. 우리사회가 여성의 몸과 생리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강한 거부감을 갖고있는지를 보여주지요.”- 최지선(22ㆍ성신여대 정외과2)씨.
영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기획의원들에게 제 4회 행사는 기존의 월경페스티벌이 월경 자체에 초점을 맞춘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트렌스젠더와 장애인, 비구니스님 등 성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시선을 확장하는 시도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31일 오후5시부터 무료공연과 난장으로 펼쳐지는 본 행사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렌스젠더가 출연, 육체가 아닌 심리적인 의미의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며 장애여성과 비구니 스님들도 출연해 개인적 차원과 종교적ㆍ사회적 차원의 월경이야기를 나눈다.
미국 뉴욕 유니온 신학대 교수인 현경씨의 생명음악회와 현대무용가 안은미씨의 축하공연도 마련돼 있으며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을 신랄하게 꼬집는 연극무대도 준비됐다. 공연외에 월경주기 팔찌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여성의 몸을 생각하는 한방차 마시기 부스와 벼룩시장 등 다양한 참여행사도 열려 흥을 돋운다. 참여마당 한쪽에서는 여성민우회가 함께 추진하고있는 생리대 부가세 철폐운동을 위해 생리대 부가세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의 폐지를 위해 서명을 받는 홍보 부스도 설치할 예정이다.
월경페스티벌을 통해 불턱 기획의원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편견을 없앰으로써 양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언뜻 단순하지만 이루기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과제다. 불턱 일을 하면서 진보정당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라는 안지연씨(23ㆍ한림대 법학부2)는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내 동아리 활동에서도 아직 성희롱이나 술자리 성폭력이 만연하고 있어요. 선배라 명백한 성희롱에 대해서도 변변히 대응을 못하고 지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페미니즘은 결국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월경페스티발이지난 3년동안 일반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억압적 시선을 바꿔 놓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에서 불턱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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