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전통 신학은 ‘영혼의 구원’만을 말하고 인간의 삶이나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민중신학회 초청으로 13일 방한한 인도의 대표적인 달릿(Dalit) 신학자 베다나야감 데바사하얌(53) 남인도 교회 감독(Bishop)이 전해준 인도 교회 얘기는 한국 사람에게 그리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1970년대 사회 문제를 외면한 채 개인의 신앙에만 천착한 주류 교회를 비판하면서 생겨난 민중신학의 옛 구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달릿은 인도의 전통적인 카스트제도의 4계급(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죄와 더러움을 옮기는 존재로 낙인 찍힌 불가촉 천민을 일컫는 용어.
현재 법적으로 달릿에 대한 차별이 금지돼 있지만 뿌리깊은 카스트 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힌두교의 영향으로 인해 달릿은 무려 3,500년 동안이나 종교, 문화, 사회적으로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직종에 종사하거나 무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달릿 신학은 이들의 천부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독교 신학이다.
13일 서울 장충동 분도회관에서 만난 데바사하얌 감독은 달릿 신학이 태동하게 된 것은 기존의 신학이 달릿의 처지를 외면한 채 일부 상류층의 이익만 반영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억눌린 사람의 시각에서 신학을 하자는 해방신학과 미국의 흑인신학이 1970년대 인도에 소개됐다. 이들의 영향으로 인도 교회도 80년대부터 달릿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신학이 태동했다.”
현재 기독교 인구가 인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지만 인구(10억명)가 워낙 많아 숫자로는 한국기독교 신자수보다 많은 2,000만명에 이른다.
이중 달릿 교회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달릿 신학 덕분에 기존의 달릿 해방 운동도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데바사하얌 감독은 설명이다.
데바사하얌 감독은 14~19일 민중신학회와 달릿신학회의 주최로 열리는 양국 신학자의 대화 모임에 참석해 ‘세계화 시대에 올바른 삶을 모색하기 위한 달릿과 민중의 대화’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미국을 위시한 서구가 인도의 상층계급과 손 잡고 세계화의 이득을 독점하고 있어 달릿의 삶이 더욱 위협받게 됐다”며 “한국의 민중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데바사하얌 감독은 일본의 부라쿠민(部落民), 필리핀의 마사족, 미얀마의 카렌족, 뉴질랜드ㆍ인도네시아의 원주민 등을 열거하면서 “아시아에 억압받는 소수 민족이 많지만 본격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달릿 신학과 한국의 민중 신학 뿐”이라고 두 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모임이 세계화에 희생되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양국의 교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드라스 루터신학교 교수이기도 한 데바사하얌 감독은 인도의 양대 교파 중 하나인 남인도 교회의 마드라스 교구를 이끌고 있으며 90년대 중반부터 달릿의 비참한 인권 문제를 전 세계에 알려왔다.
/김영화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