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째 계속되는 비로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는 경남지역 곳곳에서 수재민들이 이번 비 피해가 ‘인재(人災)’라며 당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김해시 한림면 일대 12개 마을은 6일째 물에 잠겨 수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시위, 소송 잇따라
김해시 한림면 일대 수재민들은 수해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14일부터 한림면사무소를 찾아가 제방과 배수장 관리 소홀 등 당국의 수해대책 미비로 침수피해를 입었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침수피해를 당한 함안군 법수면 6개 마을 주민들은 13일 백산제방 붕괴대책위원회를 결성, “주민들이 둑 붕괴 2,3일 전 둑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제방 개수공사 시공업체 대표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공사 시행처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처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것으로 밝혔다.
둑 붕괴로 3개 마을이 침수된 합천군 청덕면 주민들도 제방공사 현장사무소와 농업기반공사를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고 있으며 야산 절개지 붕괴로 1명이 매몰되고 17명이 부상한 김해 내삼농공단지 입주업체들도 기업체협의회를 구성, 시를 상대로 피해보상 및 집단이주를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주민들이 인재라고 주장하는 김해ㆍ양산시와 함안ㆍ합천ㆍ창녕군 일대 둑 붕괴, 산사태 사고와 관련 해당 자치단체 및 시공회사의 과실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6일째 물 안 빠져 생지옥 생활
이날로 6일째 학교와 마을 회관 등지에서 댚생활을 하고 있는 한림면 일대 수재민은 1,867가구 5,277명.
‘난민생활’이 장기화 하면서 수재민들은 제대로 씻지 못해 손과 발에 물집이 생기는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김해보건소와 김해시의사회가 고립된 마을에 순회진료를 펴고 있지만 피부병이 광범위하게 번진데다 통행수단이 고무보트 뿐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이 빠진 곳엔 장비가 들어갈 수 없어 폐사한 가축들이 썩으면서 나는 악취가 진동하는 등 전염병 발병을 우려케 하고 있다.
한림면 시산마을 여모(66ㆍ여)씨는 “침수 이후 손과 발에 생긴 물집이 허벅지까지 번져 피부가 벗겨지고 있으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보트는 '수중마을'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119 구조대와 한국구조협회 등 민간구조대가 운행하는 30여대의 보트를 이용해 주민들은 어렵게 '육지'를 드나들며 구호물자를 실어 나르고 생필품 등을 사들이고 있다.
15일 이 지역에선 주민과 군인, 공무원, 자원봉사자 600여명이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침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이해 붕괴됐다 복구된 장방리 제방 20m를 보강하는 등 비지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을 벌였다. 면사무소 인근의 이북초등학교에선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구호물품을 분류해 한림중학교나 금곡초등학교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과 고립된 400여 가구의 주민들에게 보트를 이용해 전달했다.
그러나 한림면 일대는 계속된 비와 임하댐 안동댐 등의 방류로 낙동강 하류의 수위 하강속도를 더욱 느려져 제 모습을 찾기까지는 열흘이상 걸릴 것으로 에상돼 수재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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