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8월15일 시인 박인환(朴寅煥)이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났다.1956년 몰(歿). 박인환은 1949년 김경린ㆍ김수영ㆍ양병식과 함께 합동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내면서 모더니스트 대열에 합류했다.
생전에 낸 개인 시집으로 '박인환 선시집(選詩集)'(1955)이 있고, 이 시집의 작품들과 거기 수록되지 못한 작품들을 시인의 아들 세형(世馨)이 한 자리에 모아 1976년에 '목마와 숙녀'라는 표제 아래 묶었다. 전쟁, 불안, 허무 같은 것이 시집 '목마와 숙녀'의 배음(背音)을 이루고 있다.
친구인 김수영은 자기 글 여기저기서 박인환의 작품과 삶의 스타일에 경멸을 감추지 않았다. 비판의 요점은 박인환의 시가 겉멋의 세계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실상 박인환이 최고 수준의 시인에 끼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문학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의 몇몇 작품은, 더러 음악의 도움을 받아, 독자들의 열광적 사랑을 받았다. 예컨대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로 시작하는 '세월이 가면'은 이진섭이 곡을 붙인 노래가 널리 불리면서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
김수영이 표나게 혹평했던 시 '목마와 숙녀'도 1970년대에 가수 박인희씨의 토크송에 실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상하게 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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