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신당 추진을 둘러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상황이 생생히 확인됐다.특히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신당 창당 간여 여부를 둘러싼 친ㆍ반노 그룹간의 이견이 확연히 드러나 분당 사태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전선(戰線)은 곳곳에서 형성됐다. 가장 격렬하게 맞붙은 사람은 노 후보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균환(鄭均桓) 총무최고위원과 친노 진영의 핵심인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이었다.
임 의장이 “신당 한다고 해 놓고 노 후보를 죽인 것 밖에 뭐가 더 있느냐”며 “정몽준(鄭夢準) 의원을 데려온다는데 그래 놓고 검증이 가혹히 이뤄져 낙마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신당 추진파들을 성토한 게 시작이었다.
대표적인 신당론자인 정 총무는 “지금 당이 다 죽게 생겼는데 하루라도 빨리 추진기구를 띄워야 한다”며 “노 후보가 너무 사소한 것까지 간여하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사람 사이엔 “후보가 간여한 게 뭐냐”(임 의장) “정책위의장이 후보 대변인이냐”(정 총무) “대변인이라니….
이러고도 국회의원을 해야 하나”(임 의장)는 격한 말들이 XX등의 상소리와 함께 오갔고 급기야 한화갑(韓和甲) 대표 면전에서 육박전 직전까지 갔다 주변의 만류로 간신히 진정됐다.
박상천(朴相千)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간의 청(靑)ㆍ장(壯) 충돌도 있었다. 신당파인 박 최고위원이 창당기획위 성격 등을 조목조목 따진 게 발단.
친노 성향의 추 위원은 “이미 다 정리된 사안을 왜 다시 꺼내느냐”며 제지했고 박 위원은 “왜 끼어 드느냐”고 쏘아붙였다.
그 뒤 “품위를 좀 지키라”(추 위원) “남이 말 하는데 끼어 드는 게 바로 품위 없는 행동이다”(박 위원) “선배들이 잘 해야지 합의해놓고 다시 바꾸기나 하고…”(추 위원) 등의 가시 돋힌 얘기가 오갔고 끝내 화를 이기지 못한 추 의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같은 중도파인 박 최고위원과 정 총무 간의 충돌 위기도 있었다. 정 총무가 “창당을 한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된 게 없다”고 질타한 게 요인.
당발전위원장으로 외부인사 영입을 맡고 있는 박 최고위원은 정 총무가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생각한 듯 즉각 “내가 지금 밤잠을 자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되느냐”며 “대선 후보 한 사람을 데려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고 버럭 화를 냈다.
정 총무가 “진의가 그게 아니었다”고 서둘러 불씨를 끄는 바람에 그나마 쉽게 불길이 잡혔다.
이처럼 ‘난장판’에 가까운 무질서한 상황이 벌어지자 한화갑 대표는 “그만들 하라”고 소리치며 회의 중간에 퇴장해 버리는 강수를 써 봤지만 별로 먹혀 들지 않았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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