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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기업 무릎꿇린 日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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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기업 무릎꿇린 日 소비자

입력
2002.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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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최우량 기업의 대표로 불리는 식품업계의 정상 닛폰(日本)햄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지난해 일본의 국산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돼 일본 농수성이 보조금 지급 방식으로 국산 쇠고기를 구입해 폐기하자 수입 쇠고기를 국산에 몰래 끼워넣었던 부정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닛폰햄은 938톤의 국산 쇠고기 폐기 신청을 냈다가 농수성이 전량 조사에 나서자 발각될까봐 우려해 그안에 위장 포함돼 있던 수입 쇠고기 1.3톤을 소각해 버렸다.

9일 이같은 사실을 회사측이 시인한 뒤 일본 전국의 백화점과 슈퍼마켓 대부분에서는 닛폰햄 제품이 매장에서 사라졌다. 닛폰햄과의 오랜 거래 관계 때문에 제품을 치우지 않던 일부 유통업체들도 이번 주 들어서 소비자들의 항의에 밀려 제품을 들어내고 있다.

이로 인해 8월 닛폰햄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나 줄어들었다. 회사측은 조업 단축과 감산을 서두르고 있다. 주당 1453엔이던 주식은 연일 거래정지를 부르는 폭락을 거듭해 불과 닷새 만에 700엔대로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닛폰햄은 식육, 가공식품, 햄ㆍ소시지 등 3개 부문에서 모두 업계 수위로 올해 그룹 전체 최종 이익을 190억엔으로 예상했었다. 일본 언론들은 그러나 회사의 신용도 추락과 소비자의 외면으로 닛폰햄이 업계 최하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올해초에 같은 수법으로 수입 쇠고기를 국산으로 위장했던 유키지루시(雪印) 식품과 닛폰(日本) 식품은 사과에 사과를 거듭했지만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으로 몇 달을 버티다가 결국 문을 닫았다. 제품 자체의 유해성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도 일본 소비자들은 기업의 부정행위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고, 이를 잘 아는 유통업체들은 매몰차게 거래선을 끊어버린 것이다.

정상기업 닛폰햄의 위기는 일본 기업들에게 소비자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한번 깨우쳐주고 있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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