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해외 기고/부시의 겉핥기식 경제 포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해외 기고/부시의 겉핥기식 경제 포럼

입력
2002.08.15 00:00
0 0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3일 점심 식사 전에 서둘러 미국 경제를 정비하려고 애썼다.휴가중인 이날 텍사스 와코의 베일러 대학에서 경제 포럼을 연 부시 대통령은 4개의 세미나에 각각 20분씩만 참석했다. 그는 참석자들의 토의가 진행되는 동안 의무감에서인 듯 뭔가를 받아 적었다. 세미나 내내 그는 아무 생각 없는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그리고 폴 오닐 재무장관이 “이제 자리를 떠도 된다”고 말하자마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제 회복과 고용 창출’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진행된 18분이 너무도 지겨웠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 게 대통령의 일상이지. 언제나처럼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목격됐다. 그 세미나에 참석했던 경제학자인 그루초 막스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여러분,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하며 자리를 떠났다.

모든 세미나는 다 합쳐야 고작 90분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8개의 세미나를 반으로 나눠 각각 4개씩만 참석키로 했다.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치킨 샐러드와 라임 파이를 싸들고 나가기 전에 부시 대통령은 일종의 응원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당장 지금은 조금 어렵더라도 우리는 미국인이다”라고 독특한 남부 말투로 느리게 말했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그래왔듯이, 다우 지수는 이날 206 포인트 폭락했다.

경제에 관한 한 손을 놨다고 비판받았던 그의 아버지 부시는 라이벌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논쟁 당시 두 번이나 그의 손목시계를 힐끔거렸다. 그것이 아들 부시가 앨 고어와의 논쟁에서 손목시계를 차지 않은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머리에 든 게 없다는 것을 표내지 않기 위해 아침에는 되도록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병리학적으로 보면 언어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반대로 말이 없는 것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그는 재임 초기부터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홍보 효과도 노린 것이었다. 클린턴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경제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길 원하면서도 또 자신의 약한 면을 보여주기도 원했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거의 쓴 적이 없는 안경을 쓰고 클린턴은 우등생처럼 하품 한 번 하는 일 없이 이틀 동안의 회의를 주재했다.(체니 부통령은 와이오밍에서 낚시를 하다 이번 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와서는 두 번 하품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클린턴은 민주당원들도 기업인과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회담을 계획했지만 부시는 자신이 대기업과 너무 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포럼을 생각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한 정치 집회에서 기업 범죄를 저지른 몇몇 악덕 기업인들을 감옥에 보내고 싶어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백악관의 계획가들은 이날 모임에서 명망있는 대기업가들 사이에 노동자들을 군데군데 섞어놓는 조심성을 보였다.

부시 가족들은 클린턴의 백악관 밖에서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집무실 오벌 오피스를 빌이 더럽히지나 않을까 속을 태웠다. 이제 클린턴 가족들이 부시의 백악관 밖에서 그들이 가꾸어 놓은 명성을 조지가 더럽히지나 않을까 속을 태우고 있다.

클린턴 가족들은 부시 대통령이 하켄 에너지 건 등으로 클린턴을 몰아세웠던 케네스 스타 검사와 같은 인물에게 마찬가지로 당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의 부정회계 스캔들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그녀가 필요한 정치적 기회를 제공했다.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재정적 복지상태가 지금보다는 클린턴 시절에 더 좋았다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그녀는 2008년 대선 운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이 만큼 기다릴 수 있다면 말이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뉴시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