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군사실무회담 개최를 둘러싼 남북 장관급회담 진통은 2일부터 4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됐던 7차 장관급회담 준비 실무대표접촉에서 예고됐었다.7차 장관급회담 의제와 목표를 명기한 당시 남북 양측의 공동보도문은 ‘군사당국자 사이의 회담’ 재개문제를 달리 표현했다.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북측 공동보도문은 “군사당국자 사이의 회담을 재개할 데 대해 각기 자기측 군사당국에 건의하는 문제를 협의한다”는 내용이었고, 반면 남측 공동보도문은 ‘군사당국자 사이의 회담을 재개하는 문제를 협의한다’고 되어 있다.
북측 보도문대로라면 7차 장관급회담은 군사실무회담 개최를 군 당국에 건의할지 여부를 확정하는 회담이며, 남측 보도문대로라면 이번에 군사실무회담개최 일정을 확정해야만 한다.
결국 북측은 자신들 보도문대로 ‘건의’ 이상의 합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교착상태를 몰고 왔다.
협상결과를 자기식으로 발표하는 그간의 남북 협상의 구태(舊態)가 또 지루한 힘겨루기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남북 협상의 구태의연한 양상은 이번 장관급회담 내내 반복됐다. 남북 수석대표들이 어느 때보다 ‘합의사항의 실천’을 강조, 회담장은 말의 성찬(盛饌)을 이루었지만 비효율적인 회담진행은 여전했다.
전체 대표들이 회담장에서 공식적으로 협상하는 전체회의는 2박3일간 고작 2시간20분 진행됐고, 대신 양측 대표 1~2명씩이 심야에 회담장이 아닌 숙소(호텔방)에서 만나 협상의제를 절충해왔다.
또한 회담 종료 직전에야 카드를 꺼내 협상을 시작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재연돼 오전 9시 발표돼야 할 공동보도문은 이날 오후 4시께야 공개됐다.
2, 6차 장관급회담 일정 연장, 3차 장관급회담 후 북측 대표단 출발지연 등 난맥상을 초래했던 협상행태에 대해 남북은 전혀 반성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영섭기자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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