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발표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집값 불안을 부추기는 재건축 사업을 대폭 손질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는 3월 이후 서울시 안전진단평가단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92건 중 7건에 대해서만 재건축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앞으로도 구조안전에 문제가 있는 단지에 대해서만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마치 정부 정책은 일관된 반면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측에 있다는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1988년 재건축이 시작된 후 작년까지 구조 안전진단을 받은 서울 1,068개 단지 중 4곳만 빼고는 모두 재건축이 허용됐다는 사실은 상당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허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탓에 정책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지금도 “설마 무산되겠느냐. 언제 또 바뀔 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현장에 퍼져 있다.
물론 멀쩡한 아파트를 부수는 것을 막겠다는 안전진단 강화의 취지는 옳다. 지난해까지 안전진단 통과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점에서도 이는 필연적인 귀결이다.
그러나 모든 일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현재의 추세라면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는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조합측의 항변이다. 문제는 재건축을 무조건 막는다고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정부의 주택정책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제가 안 좋을 때면 우선 건설경기를 살리느라 불을 때고 과열됐다 싶으면 불을 끄는 식이다.
정부가 나서서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고 청약통장 가입요건을 완화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문제점이 불거지자 다시 이를 끄집어내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재건축 절차 강화도 집값 급등의 근본 처방이 아니라는 점에서 언제 방향이 달라질 지 알 수 없다. 극단적으로는 언젠가 ‘도심 슬럼화 방지를 위한 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머리를 내밀 때만 찍어 누른다는 두더지잡기식 정책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진성훈 경제부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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