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의 ‘서부 백악관’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3일 대규모의 경제포럼을 열었다.부시 대통령의 목장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웨이코시의 베일러대학에서 열린 경제포럼은 침체 국면에 처한 미국 경제의 회생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돈을 댄 기업가들을 주로 불러 모은 ‘집안 잔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8개의 패널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포럼의 참석자 250여명의 면면은 딕 체니 부통령과 폴 오닐 재무장관 등 행정관료와 대기업 경영자, 경제학자, 노조 지도자, 정보통신(IT)산업 경영자, 소사업가 등 경제포럼에 걸맞은 듯한 구색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친공화당 성향의 기업가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으며 경제포럼으로 포장한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회의 개막 전날 오후에야 백악관측이 내놓은 참석자 명단을 훑어보면 이같은 비판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제약회사 화이자의 CEO인 헨리 맥키넬은 지난 대선에서 140만 달러의 소프트머니를 공화당에 기부했으며 버라이존 통신의 이반 사이덴버그도 16만 달러를 제공했다. 찰스 스왑사의 CEO 찰스 스왑도 40만 달러를 공화당에 기부했다.
이처럼 대기업 참석자의 대부분은 그간 공화당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해 온 인사들이며 나머지 기업가들도 주로 부시 가문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중서부 지역 출신들이다.
민주당측은 경제포럼이 선거자금을 댄 기업가들을 치하하고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에서도 도와줄 것을 부탁하는 행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도 12일자 사설에서 “이번 경제포럼은 경제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공화당 기부자들이 주축이 된 급조된 정치행사”라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의 선거자금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취임 이후의 행태를 보면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그는 지난해 취임 후 곧바로 사실상 재선 운동에 들어가 공화당을 위해 현재까지 무려 1억 달러를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빌 클리턴 대통령이 취임 후 19개월 동안 모금한 선거자금이 3,87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부시의 모금액은 거의 3배에 가까울 정도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주 위스콘신주와 아이오와주를 순방해 중간선거에 출마할 공화당 후보들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지원행사에 참석하는 등 휴가기간에도 10여건의 선거자금모금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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