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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인기 폭발/여성팬이 반… 400만관중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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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인기 폭발/여성팬이 반… 400만관중 보인다

입력
200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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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프로축구 정규리그인 삼성 파브 K리그에는(135경기) 연일 관중이 폭발, 축구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월드컵 4강신화에 따른 반짝 인기라는 우려도 말끔히 씻어냈다. 관중 400만 시대(아디다스컵 44경기, 43만3,216명 포함)를 선언한 K리그의 인기비결과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궂은비가 내린 11일 전남 광양축구장은 발목부상 이후 50일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김남일(전남)을 지켜보려는 관중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서 몰려든 팬들은 초등학생에서 아줌마부대까지 다양했고, 이들은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김남일을 보호하기 위한 사설 경호원만 40명이 동원됐고 경찰 150명이 철통경비를 폈다.

월드컵 최고스타 김남일의 인기는 이처럼 하늘을 찔렀고 가는 곳마다 웬만한 인기 연예인이 무색할 정도의 밀착경호가 이뤄진다.

김남일과 광양뿐 아니다. 월드컵때 붉은악마가 선보인 카드섹션 ‘CU@K리그’의 약속이 지켜지면서 월드컵 열기가 전국의 그라운드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최단기간(42경기) 100만관중, 하루 최다관중(12만3,189명) 등 각종 기록을 깨뜨린 K리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 채 400만 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인기몰이는 다양한 스타와 재미있는 경기 덕에 가능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후에도 열풍이 불었으나 당시엔 팬 관심이 안정환 고종수(수원) 이동국(포항) 등 신세대 골잡이에게만 쏠렸다. 그리고 한 시즌만에 프로축구는 프로야구 인기에 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골키퍼 이운재(수원)는 물론 수비수 김태영(전남) 미드필더 김남일(전남) 송종국(부산) 공격수 이천수(울산) 최태욱(안양) 등 포지션과 나이에 관계없이 태극전사들이 고루 스타대접을 받고 있다. 매 경기 팀 순위가 뒤바뀌고 승패를 떠나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선사하는 것도 관중 폭발의 원동력이다.

권준수 서울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월드컵이 끝난 지 40일이 넘은 만큼 축구 열기를 월드컵 후폭풍 정도로 여기는 건 무리”라며 “김남일 등은 신드롬으로 표현할 정도로 단단한 인기의 실체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축구사랑도 뜨거워졌다. 과거 이동국 등 일부 선수만 몰고다녔던 오빠부대에 더해 대부분의 태극전사는 오빠ㆍ아줌마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각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은 줄잡아 관중의 40~50%는 여성팬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여성팬 비율은 25%정도였다.

걸림돌도 있다. 각 구단의 각종 이벤트와 생활체육으로서의 축구의 한계 등 인프라는 여전히 월드컵 이전 수준을 면치 못한다.

권 교수는 “K리그 인기는 현실이지만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화려한 플레이와 만족할 만한 팬 서비스 등이 없다면 없다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영원한 '붐'은 없다…제도·인프라·서비스 꾸준히 개선해야

“월드컵 열기로만 달아오른 인기라면 수명이 기껏해야 2년 반이다.”

K리그의 미래는 과연 장밋빛인가.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의 이 같은 우려는 역대 최고의 중흥기를 맞은 K리그의 한계를 잘 나타낸다.

그는 “2005년이면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이 시작돼 프로축구는 또다시 그늘에 가려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태극전사의 이미지는 흐려지고, 선수들도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다보면 주중 2경기의 빠듯한 일정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안감은 조금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홍명보(포항)는 “11일 포항 홈 경기는 비가 많이 내린 탓도 있지만 관중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인기감소에 대한 징후를 걱정했다.

인기유지를 위한 제도정비와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지 않는 한 프로축구 붐은 거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축구인들은 서울연고팀 창단과 2부리그 창설 등 중장기적 해결과제에 앞서 프로리그와 각 구단의 자율성 확보를 강조한다.

수원 김 호 감독은 “대표팀을 관할하는 축구협회가 리그중에도 각 구단의 핵심 선수들을 장기간 차출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구단의 투자와 국내리그 발전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단기 처방도 시급하다. 예매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지정좌석제는 관중을 배려하는 프로스포츠의 기본 서비스지만 전산작업 등이 이뤄지지 않아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축구팬의 질적인 변화도 K리그 발전을 위해 해결돼야 할 요소다. 전남 박강훈 사무국장은 “장기적으로는 특정 선수에 열광하는 팬보다 연고 정착을 통한 팀 서포터의 증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서울 연고팀 만들자"

“서울 연고 구단없는 프로리그는 반쪽에 불과하다.” 축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서울을 연고로 하는 복수의 프로구단 창설을 주장하고 있다.

인구의 4분의 1이 몰려 사는 가장 큰 시장인 서울을 외면하고 축구의 장기발전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이점은 잘 나타난다. 잉글랜드는 프리미어리그부터 4부리그까지 런던 연고 팀이 13개에 달하고 스페인은 바르셀로나를 끼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더비매치(연고팀 끼리의 경기)를 치르는 날이면 그야말로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인다.

이탈리아 역시 AS로마와 라치오가 라이벌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웃 일본은 FC도쿄와 도쿄 베르디가 입성해있다.

잉글랜드에서 아스날과 첼시 경기에 입장권을 사러갔던 한 배낭여행객이 “몇 년도 입장권을 사려느냐”는 말을 듣고 놀란 게 농담이 아니다.

서울 연고팀이 창설돼야 하는 이유는 경쟁 관계인 프로야구에서 잘 나타난다.

서울 연고 구단은 지난해 최저수입 구단보다 23억원이나 많은 입장수입을 올렸다. 열성팬이 많은 기아가 우승했던 1996년(당시 해태) 최다입장객(46만여명)을 기록했지만 전체 8개구단 중 6위에 그쳤다는 건 시장규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11일 전남은 김남일 특수를 누렸지만 고작 1만8,000여명(정원 1만5,000명)이 입장하는 데 그쳤다. 반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최소한 두배 이상의 관중동원이 가능하다.

프로구단의 지출액이 비슷하다면 최소한 서울 연고 구단들은 자생력 확보가 그만큼 쉽다는 얘기다. 서울은 대기업스폰서가 많고 언론사, 교통, 구장시설 등 편의가 제대로 갖춰졌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숭실대 장원재교수는 “인구나 경제규모로 봐 서울은 런던처럼 복수의 구단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연고 구단이 물어야할 연고권료(250억원)를 깎아달라고 문화관광부에 요청해 놓고 있는 프로축구연맹도 “복수의 구단이 창단되면 연고권료가 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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