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등 7개은행 정부서 대주주 여전“주가가 12배나 올랐는데 정부는 왜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민영화를 하려면 정부는 은행주식을 단 1주도 가져서는 안 된다.”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이 12일 저녁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한 강연요지다. 1990년대 중반 옛 국민ㆍ주택은행의 민영화 이후 약 1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대주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를 전후로 은행의 민영화 작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지만 정부의 은행지배 현상은 오히려 심화, 금융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10개 시중은행 가운데 정부가 대주주로서 경영에 직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는 은행이 국민ㆍ기업ㆍ우리ㆍ조흥ㆍ제일ㆍ서울ㆍ외환 등 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합병 국민은행의 지분 9.6%를 보유, ING와 골드만삭스 등을 제치고 여전히 1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서울은행(100%)과 조흥은행(80.04%), 우리금융(88.19%) 등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사실상 ‘국유화’한 상태다.
또한 정부 지분을 다시 민간에 파는 ‘민영화’역시 정상적인 민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은행이 대표적 예다. 정부의 의중대로 서울은행이 하나은행과 주식 2.1대 1의 비율로 합병할 경우 정부는 합병은행의 지분 30.7%(총 1억8,920만주 중 5,817만주)를 확보하게 된다.
국유은행(서울은행)을 매각하면서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우량 민간은행(하나은행)을 다시 정부 소유로 만드는 격이다. 더구나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정부 지분은 최소한 향후 3~5년 동안은 시장에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민영화 일정을 장기간 지연시키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金炳淵) 연구위원은 “정부의 은행지배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않을 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폐해가 크다”며 “단순한 공적자금 회수 차원이 아니라 은행산업의 장기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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