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의 거취에 대한 한나라당의 분석은 내달 초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당분간 독자 행보를 하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신당과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신당 창당 작업 초반부터 난기류에 휩싸여 있는 민주당의 내부 사정을 감안할 때 정 의원으로서는 신당과의 관계 설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 경선에서 선출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와의 재경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어 놓은 만큼 노 후보 문제가 어떻게든 정리된 후에야 최종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정 의원이 신당 창당에 참여하면 ‘DJ 신당’에 들어가는 것 밖에 더 되겠느냐”며 “일찍 대선 레이스에 뛰어 들어 봐야 혹독한 검증 기간만 길어질 뿐 그에게는 득 될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한 측근은 “신당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정 의원은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 제3세력과의 연대를 모색, 몸값을 최대한 올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나라당은 정 의원이 결국 노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둘러싼 갈등으로 민주당이 쪼개지는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0월께 반노(反盧)파가 민주당을 이탈, 신당을 창당해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도록 하든가, 아니면 자신이 꾸리던 독자 신당에 이들을 흡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이 ‘이회창-노무현-정몽준’의 3자 대결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 경우 젊은층 및 개혁성향 표가 분산돼 이후보로서는 신당 후보인 노 후보 또는 정 의원과의 맞대결보다는 훨씬 승산이 높아진다는 계산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정 의원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검증 기회가 없어 정풍(鄭風)에 속수무책으로 밀릴 개연성도 있다”며 “지금부터 정 의원에 대한 견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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