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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구름' 亞를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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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구름' 亞를 삼키다

입력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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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과 먼지, 재 등 오염물질로 구성된 아시아 상공의 갈색 구름층이 전 지구적인 환경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2일 발표한 ‘아시아의 갈색 구름층’이라는 보고서에서 두께가 3㎞나 되는 이 구름층 때문에 인도에서만 매년 5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이번 연구는 환경 및 기후에 관한 프로젝트 중 사상 최대 규모로 각국 기상학자 200여 명이 참여했다. 위성과 슈퍼컴퓨터, 항공 촬영 등을 이용해 약 2년 동안 아시아 지역의 기후 및 대기 상태를 관찰했다. 보고서는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세계환경정상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4~5년 전부터 아시아 지역의 산불과 가축 폐기물 등 쓰레기 소각, 자동차와 난방기 발전소 등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오염 물질이 대기층에 뭉쳐져 거대한 구름층을 형성했다. 구름층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 인도를 거쳐 스리랑카 상공까지 뒤덮은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이 구름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러운 담요 효과’라고 설명했다. 평균 두께가 3㎞에 달하는 구름층이 차양막 역할을 해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를 10~15% 차단해 지표면과 해수면의 온도가 급감한다. 그 결과 대기로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이 감소해 가뭄이 생기거나 농작물과 산림의 성장을 방해한다.

미국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의 빅토르 라마나단 교수는 “태양 에너지가 10% 감소하면 강수량은 20~40%, 농산물의 생산량은 약 10% 감소한다”며 “오랜 가뭄과 식량 부족으로 끔찍한 기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구름층이 흡수한 태양열로 대기 하층부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해 폭우와 폭염 등이 나타난다. 또한 지표면의 저온 기류와 대기층의 고온 기류가 만날 경우 강수 패턴 및 바람의 방향을 바꿔 태풍, 허리케인 등 기상 재해가 속출할 수 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파울 크루첸 박사는 최근 인도,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 지역의 기상 이변이 이 구름층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 놨다.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 북동부에서는 폭우에 따른 홍수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반면 인접 지역인 파키스탄과 인도 북서부는 1999년부터 혹독한 가뭄에 시달리달리고 있다.

현재 구름층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나라로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부탄, 인도, 몰디브,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이 꼽혔다. 과학자들은 하지만 구름층의 가공할 이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1주일이면 지구를 반 바퀴 돌 정도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구름층이 적합한 기류를 만날 경우 전 세계 생태계를 차례로 초토화하는 ‘죽음의 구름’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각종 폐기물 소각 제한 ▲매연 발생 조기 경보 시스템 도입 ▲소방 시설 및 인력 확대 ▲대체 에너지 사용등을 제시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은 “갈색 구름층의 위력은 핵폭발 시 발생하는 대형 버섯구름에 맞먹는다”며 전지구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10개국은 10일 대기 오염 완화를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호흡기ㆍ피부질환 등 질병 치료 비용, 식량 부족, 관광 산업 피해 등 구름층으로 인한 이 지역의 경제 손실이 5년간 최소 93억 달러로 집계되는 등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 사항을 어겨도 처벌한 규정이 없는 ‘허수아비 협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 보고서가 지구온난화방지협약(교토의정서)처럼 서양의 ‘아시아 발전 찍어 누르기’ 전략이라는 견해도 있다.

인도 환경연구소의 미트라 박사는 “환경오염의 책임을 아시아로 돌리고, 교통의정서 때의 온실 가스에 이어 이번에는 갈색 구름층으로 중국 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의 발전을 저해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구름층으로 인한 당장의 피해 지역이 아시아인 만큼 일단 환경보호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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