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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수로 타설식 이후 떠오르는 核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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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수로 타설식 이후 떠오르는 核사찰

입력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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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함남 신포 금호지구에서는 북한 경수로 공사 콘크리트 타설식이 진행됐고 이르면 내달 북한 핵사찰 문제를 다루는 북미대화가 재개된다. 현재까지 미국과 북한은 북한 핵사찰에 관해 접점없는 평행선을 달려왔다. 미국은 사찰에 3~4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라는 입장이었으며, 북한은 사찰은 3~4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미국측 주장을 무시해왔다. 1994년 제네바 합의서 체결이후 미뤄져 왔던 핵사찰이 본격적 사안으로 등장할 단계가 오고 있다. /편집자 주■美, "특별사찰 받아야 경수로사업 계속"

9일 방한한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요구하는 특별사찰을 받지 않으면 미국은 경수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조만간 핵사찰에 응하지 않을 경우 타설식까지 진행된 경수로 사업이 중대기로에 설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은 IAEA가 북한의 최초 보고를 검증하는 데 3~4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북한은 즉시 핵사찰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북한은 핵사찰에는 겨우 2~3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으므로 3년 후에 받아도 무방하다는 입장이어서 일견 경수로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실제 입장은 북한이 바로 핵사찰에 응하지 않아도 경수로 사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대북 대화론을 현실적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국무부측에서는 경수로 사업에 회의적인 의회와 행정부 일각을 의식해 일단 북한에 핵사찰 수용을 강력히 촉구하되 사찰 시기는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무부 등의 이같은 입장은 북한이 아직까지는 제네바기본합의를 결정적으로 어기지는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경수로 완공 시까지 미국이 매년 제공키로 한 중유 50만톤을 현재까지도 줄곧 보내왔고 올해분 지원 예산 9,500만 달러도 이미 집행을 승인한 상태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합의한 경수로 사업을 일단 계속사업으로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경수로 사업에 대한 평가는 전 정권과는 기본적으로 상이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월 북한의 제네바기본합의 이행 여부를 인증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수로 사업비 집행의 전제조건으로 행정부가 의회에 대해 자동적으로 인증해주던 클린턴 행정부의 관행을 폐기한 것은 여차하면 경수로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다분히 경수로 사업에 회의적인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 행정부와 의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경수로 사업 폐기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콕스 공화당 하원 정책위의장과 벤저민 길먼 전 하원국제관계위원장 등은 2월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 중”이라며 경수로 사업 취소를 강력히 요구했다. 빅터 길린스키 전 핵통제위원 등은 4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북한 경수로에서도 대량의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며 경수로 사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이 결정적으로 제네바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당분간 경수로 사업을 계속할 전망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syyoon@hk.co.kr

■北 "공사지연 先보상 後 사찰논의해야"

북한은 핵사찰에 대한 ‘진의’를 감춘 채 우선 경수로 완공 지연에 따른 보상문제 해결에 치중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경수로 해법은 선(先)경수로 완공 지연에 따른 보상, 후(後) 핵사찰 논의라 할 수 있다.

북한 당국자들은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은 3~4개월이면 족하기 때문에 경수로 핵심 부품이 북한에 인도될 2005년 상반기까지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사찰 소요기간은 3~4개월로, 미국은 3~4년으로 보고 있어 이 부분이 북미대화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자세는 제네바 합의서의 핵사찰 완료 시기가 경수로 상당부분이 완료되는 시기(2005년 4월)와 경수로 핵심부품이 인도되는 시기(2005년 7월) 중간에 위치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IAEA는 자신들의 카드를 가장 늦게 보여 주는 수법으로 최대한 실리를 챙겨 온 북한 특유의 협상술이 핵사찰 문제에서 반복되리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핵사찰을 뒤로 돌린 북한은 2003년 완공 예정이던 함남 신포의 경수로 2기 건설사업이 지연된 데 따른 보상 문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해 5월 담화를 통해 “경수로 완공 지연에 따른 보상은 전기로 해야 하며, 미국 이외의 국가가 보상을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경수로 가 완공될 때까지 매년 50만톤의 중유를 미국으로부터 제공받는 것은 물론 어떤 식으로 전력을 공급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장은 2000년 3월 뉴욕의 북미회담에서부터 제시됐으며, 같은 맥락에서 제3차 남북 장관급회담 이래 전력지원문제가 의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으로 건설이 지연됐음을 들어 보상할 수 없다는 강한 태도를 보이자 북측의 주장은 조금씩 퇴색해 왔다.

전문가들은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이 핵사찰에 대한 소극적 태도에서 물러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미대화 재개를 적극적으로 바라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북미대화의 1순위 의제로 설정한 핵사찰 문제에 대해 성의를 표시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등 다른 ‘악의 축’ 국가와 구별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북미대화를 통해 미측의 조기 핵사찰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에서 실리를 얻는 타협책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영섭기자younglee@hk.co.kr

■경수로건설 어디까지 왔나

1997년부터 북한 함남 신포 금호지구에서 진행돼 온 100만kw급 경수로 2기 의 건설 공정은 22%가 마무리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2008년 말~2009년 상반기에 2기의 경수로가 차례로 완공된다.

현재까지 8억 달러가 투입된 이 사업의 진행상황은 경수로 건설예정 부지의 정지작업, 굴착작업이 최근 끝나 7일부터 경수로 본체를 에워 쌀 외벽의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시작됐다.

이제 막 부지 고르기가 끝나 본격적인 건축 공정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올 연말쯤 원전 특유의 돔형 콘크리트 외벽이 윤곽을 드러내면 27%의 공정이 끝난다.

또 두산중공업이 맡고 있는 경수로 본체 제작 공정은 설계와 제작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 도시바(東芝)측도 경수로에 쓰일 증기터빈 발전기를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의 건설공정은 북한이 어느 시점에 핵사찰을 수용하고, IAEA가 언제 핵사찰을 완료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이 2005년 상반기까지 핵사찰을 수용해 완료될 경우 KEDO는 핵심 부품인 경수로 본체와 제어봉, 연료 교환기기 등을 북한에 인도, 전체 공정의 55~60%를 끝내게 된다.

그러나 핵사찰이 여의치 못할 경우 공정은 50%를 넘어 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KEDO와 북한이 체결해야 할 경수로 인도일정 의정서, 경수로 사고 손해배상에 관한 의정서 등 각종 합의서 체결 여부도 사업 진행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다.

핵사찰이 원만히 매듭돼 경수로 건설이 본궤도에 오를 2005년 말에는 남북한 근로자 5,000여명이 동시에 건설 현장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younglee@hk.co.kr

■핵사찰이란

북한 핵사찰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체가 돼 북한의 '과거 핵' 의혹을 규명되는 과정이다.

제네바 기본합의서는 ‘경수로 사업의 상당 분이 완료될 때, 그러나 주요 핵심부품의 인도 이전에 북한은 모든 핵 물질에 대한 최초 보고서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문제와 관련, 국제원자력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협정을 완전 이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요 핵심부품은 원자로, 제어봉, 연료 교환기기, 냉각재 펌프 등을 가리키며 이 런 부품들은 현재의 공정으로 보아 대략 2005년 3월에 북한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KEDO와 미국은 핵사찰을 지금 당장 시작해 2005년 3월 이전에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사찰의 목적은 북한의 과거 핵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있다. 영변의 5㎿급 흑연 감속로(중수로)의 연료봉이 기본합의서 서명 이후 봉인돼 현재 생산되는 핵 물질이 없기 때문에 사찰의 초점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지 않은 과거에 얼마 만큼 플루토늄을 생산했는지에 모아 진다.

미 중앙정보부(CIA)는 1992년 이후 과거 북한이 핵탄두 1,2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푸토늄을 생산, 확보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구체적인 핵사찰 대상은 영변 핵 시설에 집중돼 있다. IAEA는 영변의 5㎿급 원자로, 핵재처리 시설로 알려진 방사화학실험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연구실,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 영변 핵 시설의 운영일지 및 기록 등을 사찰 대상으로 검토해 왔다.

IAEA는 ‘감마 매핑’(Gamma mapping) 비파괴검사 등의 방법을 통해 사찰 대상시설의 방사능 오염 정도 등을 계산해 낸 뒤 핵 재처리 여부 및 얻어진 플루토늄의 양 등을 추산하게 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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