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내면일까. 화가 강형구(48)씨가 작은 것도 120호에서 크게는 1,000호에 이르는 대규모 자화상 50여 점으로 14~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다.그의 그림을 대면할 때 우선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자화상의 눈동자이다. 그 눈은 정면으로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눈물방울을 떨구기도 하고, 뭔가에 크게 놀란듯 동공이 활짝 열려있기도 하고, 내려다보기도 하고 치어보기도 하는 그의 눈은 관객에게 필경 말을 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하고. 10여년 간 자화상만을 그려온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자화상은 모델이 본인일뿐, 내 얼굴을 통해 우리를 그리는 것이다. 즉 ‘나라는 고유명사’를 그린 것이 아니고 남들과 함께 존재하는 ‘나라는 대명사’를 그린 것이다.”
눈동자가 드러내는 묵시적인 발언과 함께 강씨 자화상의 또 다른 특징은 극사실주의적 기법이다. 다른 어떤 장식이나 배경도 없이 그는 땀구멍 하나하나, 머리카락과 수염과 주름 하나하나까지 사진을 넘어서는 사실성으로 얼굴만을 그려내 오히려 추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이마의 주름은 밭고랑이며 세포질이 노출된 피부는 대지의 풍경과 유사하고 수염이나 머리털은 덤불처럼 낯설어 보인다.”(평론가 김영호) 그의 자화상과 윤두서나 뒤러, 렘브란트 등의 자화상을 대비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런 눈동자의 대면성과 거대 화면, 손노동으로 표현한 사실성으로 그의 자화상은 관객과 함께 일상과 세월, 사회성과 역사성을 함께 나누려 한다.
현재의 모습뿐 아니라 ‘젊음을 배신하고’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과 죽음 직후의 모습까지 함께 그려, 순간과 세월의 의미를 포착하려 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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