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대학가 근처엔 경쟁이 치열해 한 구역에 수십 개의 커피전문점이 늘어서 있다.대부분 다국적기업 체인인 이들 커피전문점에서 팔고 있는 커피 값은 한 잔에 2,000~3,000원인데 그 중에서도 고급커피는 3,000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같은 체인의 커피가 일본 도쿄에선 200~300엔인데, 환율을 감안하면 한국에서와 거의 비슷한 가격대다. 하지만 도쿄가 서울보다 물가가 훨씬 비싸다는 것을 감안하면 난센스다. 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한국보다 높고 근로자들에게도 고임금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한 시간에 3,000원을 받고 일하는 동안 일본 아이들은 세 배인 700~800엔을 받는다. 프랑스의 커피전문점들도 한국 돈으로 약 2,000~3,000원을 받는데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지급하는 최저임금이 8,000원이다.
구매력이 취약하고 물가도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의 커피 값이 도쿄, 파리의 커피 값과 같다는 말이다. 이유는 둘 중의 하나다.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커피 수입 관세나 각종 세금을 높게 매기거나, 아니면 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는 세금이 꽤 무거운 나라로 알려져 있기에 첫째 가정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스타벅스, 할리스, 시애틀과 같은 다국적기업 간판을 달고 있는 체인점의 주인들이 소비자에게는 비싼 돈을 받고 팔면서, 종업원들에겐 싼 임금을 주는, 자기 주머니만 채우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어린 학생들이 이중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가에 늘어선 커피점들을 보면 대부분 학생들이 커피를 사먹는 소비자이고, 또 시간단위로 일하는 근로자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월드컵 때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시청 앞에 모일 수 있는지를 눈으로 보았다. 한 잔의 커피가 한 시간 노동과 같다는 파렴치한 사회적 등식을 고발하기 위해 이들이 다시 한 번 움직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다국적 커피전문점 상표를 보이콧 하면서 말이다.
에릭 비데
홍익대 불문과 조교수 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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