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세계의 이면은 요지경 속이다. 물론 일반 팬들은 잘 알 수 없는 뒷이야기가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하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때로는 실체와 동떨어진 루머가 떠돌기도 한다.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선수들도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한다. 그들의 삶 속에도 희로애락이 있고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감동적인 일도 많다. 요지경이라고 해서 꼭 짓궂거나 좋지 않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언젠가 한번 들었던 내용은 썩 유쾌하지 못했다. 스토리는 이랬다. 수년전 라이벌팀간의 빈볼시비로 난투극이 벌어지고 몇몇선수들은 퇴장까지 당했다.
나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진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상대팀 간판타자에게 빈볼을 던진 당대 최고투수가 경기를 마친 후 구단관계자가 아닌 모그룹의 한 임원으로부터 격려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백만원이나 되는 적지 않은 액수였다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따지다 보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닌 쌍방과실에 의해 촉발된 빈볼시비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빈볼을 던진 선수에게 잘했다고 돈까지 줬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물론 앞에 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다. 확인할 길도 없고 과대포장됐을 가능성도 많다. 다만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능히 있을 법한 일이다.
실제로 팀분위기가 침체했을 때 상황반전의 노림수로 교묘하게 빈볼을 이용하는 지도자들도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프로출범이전에 아마야구가 성행할 때의 일이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6월에 국내프로야구계가 빈볼 때문에 한바탕 시끄러웠다. 이유야 어찌 됐던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이라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상대투수가 우리타자에게 빈볼을 던진 후에 반드시 보복하라.” 미국야구에서 금언처럼 여겨지는 불문율이다. 경험에 비춰볼 때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통용될지 몰라도 일본에선 아니다.
국내프로야구는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악순환은 아무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된다.
예전에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것이라도 지금 쓸모가 없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꿰뚫지 못하고 ‘옛 것은 좋은 것이여”를 외쳐봤자 돌아오는 것은 낭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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