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받은 불법 스팸메일 박스를 보는 것 같아요.”최근 주부 박수경(朴秀炅ㆍ33)씨는 유치원생 딸(4)의 ‘동네 관공서 홈페이지 방문’ 방학숙제를 돕기 위해 Y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아이의 쏟아지는 질문에 낯을 붉혔다.
박씨는 “구민들의 목소리를 검색하기 위해 들어간 게시판이 옷 벗기기, 고스톱 등 원색적인 사진이 실린 음란 광고물뿐이었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공서 홈페이지 수준이 말 그대로 저질이었다”고 하소연했다.
구청 추천 게시물이 음란물
동네 주변 시장의 교통 혼잡 문제로 고민하던 회사원 배호준(裵鎬俊ㆍ27)씨도 서울 D구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려다 곧 포기하고 말았다. 배씨는 “민원에 대한 구청의 답글은 찾아볼 수 없고 구청이 추천한 ‘이달의 베스트 5’(게시물 조회수 기준)가 음란물과 상가분양, 건강보조식품 등 광고물들 뿐이었다”며 “누군가 조회수도 조작, ‘베스트 5’가 자동으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각 구청 홈페이지가 불법 및 음란광고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구민들을 위한 다양한 토론의 장으로 마련된 구청 게시판이 각종 업자들의 전용 ‘자유 불법광고판’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초기화면의 ‘알뜰시장’, ‘오늘의 베스트’ 등 메뉴에는 일반 게시물보다 불법 광고가 50배 가까운 조회 수로 상위를 차지해 마치 구청에서 광고를 올린 듯한 인상까지 심어주고 있다.
실제로 Y구청 홈페이지에는 ‘벗기는 재미’, ‘시원한 누드’ 등 성인광고가 낯 뜨거운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방치되고 있다.
홈페이지 전담자 없이 방치
또 다른 D구청에는 성인 사이트 접속용 패스 광고가 올라와 있고, G구청 홈페이지는 카드깡, 고리대금, 국제결혼 알선 등으로 도배질 되는 등 거의 모든 구청 홈페이지가 불법 및 음란 광고에 점령됐다.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 구청이 홈페이지 전담자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 수십명의 전문가가 24시간 감시를 하는 대형 포털 사이트와 달리 각 구청의 경우 소수 인원이 다른 업무를 하는 틈틈이 게시판 관리를 하고 있다.
J구청 관계자는 “불법 광고가 판치는 것은 알지만 혼자 감시하는 것도 힘들고 게시물 1건을 삭제할 때마다 결제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마저 복잡해 거의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귀띔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불법 광고를 방치해 피해가 발생하면 홈페이지 운영자도 관리 부실로 처벌을 받게 된다”며 구청측의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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